"반도체는 속도전, 농업은 뒷전?"…기후부-농업계 소통 부재에 커지는 갈등

세종=정혁수 기자
2026.07.02 15:34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흥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등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026년도 농식품 핵심 정책사업 예산 증액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03.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정부가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용수 공급 방안을 내놓았지만, 농업용수 활용 계획을 둘러싸고 농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작 농업 현장과의 사전 소통이 빠진 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2일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농업인 단체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달 30일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전력과 함께 대규모 용수 확보가 필수인 만큼 정부가 발 빠르게 공급 대책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부가 대표적인 농업용수 공급원인 나주댐 용수를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하면서 농업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농업용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농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농업계가 더욱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용수' 자체보다 '소통'이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된 이후 농업용수 부족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정작 이해당사자인 농업인들과 충분한 협의나 설명 절차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사업의 필요성과 농업용수 확보 대책을 먼저 설명하고 농업계의 의견을 수렴했더라면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흥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 /사진=한농연

기후부와 농업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소양호 붕어 집단 폐사의 원인으로 축산농가의 가축분뇨와 경종농가의 농약 사용을 언급하면서 농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농업인을 수질오염의 원인으로 지목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고 했다.

이 같은 사례들이 반복되면서 농업계는 기후부가 농업의 현실과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 수자원 관리 등 기후부가 추진해야 할 주요 정책 대부분이 농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책의 성공 여부는 속도보다 사회적 수용성에 달려 있다. 특히 대규모 국책사업일수록 관계부처 간 협력은 물론 이해당사자인 농업인과 지역 주민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충분한 설명과 협의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사업의 정당성을 스스로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최흥식 회장은 "반도체 산업 육성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공감하지만 농업인의 생존권 역시 국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가치"라며 "기후부는 농업·농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농정 당국과 농민단체 등과 상시 협의체계를 구축하고, 정책 수립 단계부터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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