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5기' 필요한 호남 반도체 산단, 정부도 긍정적…신규 원전 공론화하나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7.08 15:31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서남권에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단지 가동에 원전 5기 분량의 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공론화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부도 신규 원전 건설에 긍정적인 기류다. 서남권 반도체 산단이 속도를 내기 위해선 신규 원전을 포함한 조기 전력 공급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8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호남에 신규 조성되는 반도체 공장 4기를 가동하기 위해선 6.3GW(기가와트) 규모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1.4GW)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략 4~5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호남에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하게 생산되고 있지만 일조량이나 풍량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재생에너지 특성상 반도체 공장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저 전원으로 원전을 활용하면서 재생에너지가 보완하는 방식으로 전력이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호남에는 한빛원전 1~6호기 중 1호기를 제외한 5기가 운전 중인데 반도체 공장 가동에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만큼 신규 원전 건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신규 원전 건설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전남 영광 한빛원전에 2기를 더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기후부는 "호남의 전력 부족 우려에 대한 원론적 답변"이라고 설명했으나 사실상 신규 원전 추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공론화 과정이 먼저 진행될 전망이다. 신규 원전 건설은 중장기 전력 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아야 한다. 현재 2040년까지 계획을 담은 12차 전기본 수립이 진행 중인데 김 장관은 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추진 계획을 담을 경우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으로 미래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전 등을 포함한 추가 전력공급 계획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11차 전기본에서는 2038년까지 10.3GW의 전력설비가 부족할 것으로 보고 대형원전 2.8GW 등을 포함한 7.2GW에 대한 전원구성 계획을 확정했다. 하지만 3.1GW 부족물량을 어떤 전원으로 할지는 유보한 상태다.

지난 4월 기후부가 발표한 12차 전기본 전력수요 전망에서는 11차 전기본 대비 전력수요가 약 9GW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11차 전기본 유보분을 포함하면 12차 전기본에서는 약 12GW의 부족설비에 대한 전원구성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12차 전기본에서는 늘어나는 전력 총량에 맞춰 재생에너지 확대에 더해 기저 전력인 원전을 추가로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11차 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 부지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가 두 곳이었다는 점에서 추가 2개 호기까지는 12차 전기본으로 반영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호남 신규 반도체 산단에 조기 전력공급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한전은 '메가 프로젝트 전력망 적기건설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후부와 함께 신규 공급선로 조기 구축방안 등을 논의했다. 기후부는 호남에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을 12차 전기본에 포함할 계획이다.

관건은 주민 수용성이다. 현재 한빛1호기는 설계수명이 도래해 가동이 중단됐고 2호기도 오는 9월 수명 만료를 앞뒀다. 한빛 1·2호기의 계속운전을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인데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신규 원전을 추진한다 해도 설득 과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빛원전에서 가장 큰 현안 2가지는 계속운전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임시저장시설 설치 문제"라며 "주민 설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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