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필요성 설득은 '지자체'가, 행정·재정 비용은 '정부'가 준다

세종=강영훈 기자
2026.07.12 13:10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운영하는 경주 방폐장 운영동굴과 건설동굴 입구./사진제공=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공모 참여 지자체에 수십억원대 착수금 지급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주민 설득과 공론화 비용 부담이 있다. 방폐장은 후보지 조사와 주민 의견 수렴에 수년이 걸리는 만큼 공모에 참여하는 지자체도 상당한 비용과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12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는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연구용역 등을 추진해야 한다. 후보지 조사부터 주민 의견 수렴, 각종 검증 절차까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공모 단계부터 적지 않은 행정·재정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최종 부지로 선정되지 않더라도 관련 비용은 그대로 남는다.

특히 방폐장과 같은 기피시설은 주민 반발과 갈등 관리가 핵심 변수다. 부지 유치 논의만으로도 지역사회 내 찬반 갈등이 발생할 수 있어 지자체장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전업계 안팎에서 공모 참여 단계부터 일정 수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온 이유다.

정부가 착수금 지급을 검토하는 것도 이 같은 초기 부담을 덜어 공모 참여 문턱을 낮추기 위한 것이다. 착수금은 최종 부지 선정에 따른 특별지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선정 여부와 관계없이 공모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별지원금이 최종 선정 지역에 대한 보상 성격이라면 착수금은 공모 참여 자체에 따른 비용 지원 성격이 강하다. 최종 부지로 선정되지 않더라도 지급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업계 안팎에서 착수금을 '입장료'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공모 참여 유인책 마련에 나선 배경에는 사용후핵연료 저장공간 확보의 시급성도 있다. 현재 원전 내 저장시설은 2030~2034년 사이 순차적으로 포화가 예상되지만 정부는 2027년에야 고준위 방폐장 부지 공모를 시작할 계획이다. 부지 선정부터 주민 의견 수렴, 각종 조사 절차에 수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 지연 여유가 크지 않은 셈이다. 정부가 공모 초기부터 착수금 지급을 검토하는 것도 참여 문턱을 낮춰 후보지 확보와 부지 선정 절차에 속도를 내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해외에서도 후보지 확보를 위한 유인책이 활용되고 있다. 일본은 고준위 방폐장 후보지 선정을 위해 문헌조사 단계부터 지방자치단체에 100억원대 교부금을 지급해 왔다. 주민 설명과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이 장기간 이어지는 만큼 초기 단계부터 재정 지원을 제공해 후보지 발굴과 부지 선정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고 있다.

공모 단계부터 수십억원 규모의 지원이 검토되면서 최종 부지 선정 이후 제공될 특별지원금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2005년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당시에는 특별지원금 3000억원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이 이뤄졌다. 업계에서는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하는 고준위 방폐장의 특성상 지원 규모가 중저준위 방폐장 당시 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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