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옮기던 시대 끝…이젠 데이터가 움직인다"

세종=정혁수 기자
2026.07.14 07:36

[클로즈업 이 사람] 축산물품질평가원 박수진 원장

축산물품질평가원 박수진 원장

"온라인 경매는 축산물 경매장을 단순히 인터넷으로 옮기는 일이 아닙니다. 축산유통의 기준을 경험과 육안에서 데이터와 영상 중심으로 바꾸는 디지털 혁신입니다."

박수진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은 14일 최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축산물 온라인 경매제도에 대해 "축산유통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변화"라고 정의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실물을 직접 보고 거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등급·중량·영상·이력 등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거래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 경매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로 "가축질병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거래 기반을 마련하고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니즈(needs)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와 같은 가축질병이 발생하면 이동 제한으로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기존 구조와 달리, 온라인 경매는 실물을 이동시키지 않고도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시장도 한 마리(도체) 중심에서 부분육과 소포장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유통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농가가 체감할 변화도 적지 않다.

박 원장은 "농가는 가까운 도축장을 이용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도매시장에 온라인으로 출하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운송비와 이동 부담을 줄이면서도 더 넓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경매가 소비자가격을 곧바로 낮추는 만능 해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가공비와 인건비, 물류비, 소매마진 등 다양한 요인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온라인 경매의 역할은 유통 과정의 비효율을 줄여 장기적인 가격 안정 기반을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이다.

축평원은 이를 위해 온라인 거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기반도 구축하고 있다. 웹소켓 기반 실시간 응찰 시스템과 초대형 영상스크린을 통해 현장감을 높였고, AI 기반 품질평가 장비(KBM·VCS2000)가 생산한 객관적인 등급·품질 데이터를 함께 제공해 구매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체계적인 축산물 등급판정 시스템을 갖춘 만큼 온라인 경매 플랫폼과 품질 데이터를 결합하면 경쟁력 있는 디지털 유통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10년 뒤 축산물 유통의 모습도 내다봤다.

"현장 경매와 원격지 경매, 부분육 온라인 거래가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입니다. 구매자는 필요한 부위와 규격을 전국 단위로 검색해 거래하고, 생산자는 시장가격과 수요를 보며 출하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AI와 데이터가 축산유통의 새로운 기준이 되는 시대가 머지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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