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성장률이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음 달 발표하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 전망치(2.6%)보다 큰 폭의 상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 총재는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2.75%로 올린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성장률이 저희 목표 수준(2.0%)보다 상당 기간 높게 유지될 것 같다"며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물가성장률이 저희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코로나19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다'라고 해 수요 압력을 간과한 면이 있었다"며 "결국 아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고, 그 인플레이션을 제어하는데 상당히 큰 노력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교훈과 (최근의) 이례적인 상황에서 수요 쪽에서 오는 압력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금통위원 전체에서 어느 정도 컨센서스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 및 폭과 관련해선 "앞으로 나올 데이터가 워낙 중요한 게 많아 어느 한쪽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있을 몇차례 회의가 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살아 있는 회의'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회의 때 언급했던 높은 GDI(국내총소득) 증가율에 대한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에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GDP에 수출품의 상대적 가격을 반영한 GDI 증가율이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인데, 이를 향후 경기를 가늠할 중요한 변수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GDI는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 손익을 더해 산출한다. 수출품 가격이 수입품 가격보다 더 오르면 GDI가 상승하는 구조다.
신 총재는 "반도체 수출이 워낙 잘돼서 GDP와 GDI 통계에 큰 간격이 벌어졌다"며 "이런 식으로 소득 개선이 아주 가하게 계속 현실화한다면 수요 쪽에서 오는 물가 상승 압력에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GDP 증가율은 3.8%, GDI 증가율은 13.2%로 둘 사이의 격차는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점은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신 총재 역시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그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으로 소비 회복세도 확대되면서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 전망치 2.6%를 큰 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금리 인상의 걸림돌이었던 경기 둔화 우려가 이제는 제거됐단 의미로 해석된다. 한은은 다음 달 27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에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 등이 담긴 수정 전망도 함께 발표한다.
한편 신 총재는 한은의 통화긴축 기조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확장 정책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에는 "재정정책이 경제 전반의 성장 여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투자로 이어진다면 통화정책과 엇박자가 안 될 수도 있다"며 "특히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높이면 통화정책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은의 통화 긴축이 주가 하락 등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에는 "금리가 주가를 좌우한다는 평가는 100% 동의 안 한다"며 "계속 주시할 가격이 있다면 반도체 기업의 주가보다도 반도체 가격 그 자체를 주시하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