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관광수출 규모가 일본 수준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에서 6조3000억원의 부가가치가 추가로 창출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인구 대비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이미 일본을 넘어선 만큼 관광객 수보다 체류기간과 지출액, 국내에 남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간한 '서비스수출 관점에서 본 관광산업의 성장효과와 정책방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94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 최고치였던 2019년의 1750만명을 넘어섰다. K팝과 드라마·영화 등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음식·화장품·의료·미용 등으로 확산된 데다 원화 약세로 한국 여행 비용이 낮아진 영향이다.
하지만 관광객 증가가 관광수출과 국내 부가가치 확대로 충분히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광수출 비중은 1.17%로 일본의 1.46%보다 낮았다. 2024년 관광산업의 직접 부가가치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로 세계 평균 3.5%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6%를 크게 밑돌았다.
외국인 관광객의 체류기간과 1인당 지출 개선이 제한적인 데다 소비가 쇼핑과 음식 등에 집중된 영향이다. 방한객의 쇼핑비와 식음료비는 전체 지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의료와 문화·오락, 전문서비스 등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소비는 충분히 확대되지 못했다.
관광객의 동선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지난해 방한객의 76.8%가 서울을 찾은 반면 부산은 15.7%, 제주는 9.7%, 강원은 4.0%에 그쳤다. 일본은 도쿄뿐 아니라 오사카·교토·후쿠오카 등 여러 지역으로 관광 수요가 분산돼 복수 지역 방문과 체류기간 연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광수출은 2001∼2025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연평균 0.04%포인트 끌어올렸다. 이 가운데 약 60%는 숙박·음식·운송 등 관광 관련 산업에서 직접 발생했고 나머지 40%는 이들 업종에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연관 산업에서 창출됐다. 방한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된 2022∼2025년에는 관광수출의 연평균 성장 기여도가 0.15%포인트로 높아졌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관광수출 비중이 일본 수준인 1.46%에 도달하는 상황을 가정해 성장 효과를 분석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해 218억8800만달러였던 관광수출액이 274억4700만달러로 55억5900만달러, 25.4% 증가해야 한다. 이 경우 국내에서 추가로 유발되는 부가가치는 44억달러, 약 6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지난해 명목 GDP의 0.235%에 해당한다.
관광수출을 외국인 관광객 수만으로 늘리려면 방한객이 지난해 1894만명에서 2375만명으로 481만명 증가해야 한다. 지출만 늘린다면 1인당 하루 평균 지출액이 177.8달러에서 223달러로 45.2달러 높아져야 한다. 체류기간만 늘릴 경우에는 평균 6.5일에서 8.2일로 1.7일 연장돼야 한다.
정선영 한은 아태경팀장은 "일본의 인구 대비 외국인 관광객 비중은 약 35%인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37%로, 이미 일본 수준을 넘어섰다"며 "방한객 수를 무작정 늘리는 데는 물리적인 제약과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있는 만큼 정책 단계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같은 수의 관광객이 오더라도 더 많이 소비하게 해 관광수출액을 늘리고, 같은 금액을 소비하더라도 국내에 남는 부가가치를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관광수출액이 같더라도 외국인의 소비 분야와 관광산업의 생산성을 개선하면 성장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의료·스포츠·오락·개인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숙박·항공·음식점업의 부가가치율을 개선할 경우 국내 부가가치 창출액은 6조3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관광수출액이 1.7% 추가로 증가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한은은 의료·미용·웰니스와 국제회의·전시·포상관광(MICE), 공연·전시 등 고부가 관광상품을 확충하고 지역 연계 관광과 야간관광, 장기체류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숙박·교통과 다국어 안내, 예약·결제 서비스 등 관광 기반 개선도 과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