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더위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살인적인 햇볕 아래 태양광 발전이 급증하는 전력 소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폭염의 고열은 오히려 태양광 발전 설비의 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11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극한 폭염이 기세를 부린 지난 7일 최대 전력수요는 95.32GW(기가와트)까지 치솟으며 공급능력(103.58GW)을 위협했다. 원자력, 수력,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양한 전원이 전국적인 에어컨 가동을 버텨내고 있지만 한낮의 진짜 숨은 조력자는 태양광이다.
이달 기준 전국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약 33GW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30GW를 돌파한 이후 꾸준한 증가세다. 특히 한여름의 태양광 발전은 전력 생산의 피크를 찍는다. 지난해 7월 전력시장에서 거래된 태양광 전력량은 1340GWh(기가와트시), 8월엔 1230GWh를 기록했다. 이후 해가 짧아지는 9월에는 895GWh로 뚝 떨어졌다.
발전량 증가가 단순히 '높은 온도' 덕분은 아니다. 오히려 고열은 태양광 발전 설비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뜨겁게 과열된 휴대전화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태양광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실제로 태양광 모듈 온도가 기준점인 25℃에서 1℃씩 상승할 때마다 태양광 출력은 약 0.3~0.5%씩 감소한다. 35℃를 넘어서는 폭염 날 태양광 패널 표면 온도는 60~70℃까지 치솟는데, 이 경우 열로 인한 발전 효율 손실만 10~15% 이상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태양광 발전량이 높은 수치를 유지하는 것은 온전히 '일조량'과 '일조시간' 덕분이다. 40도에 육박하는 열기는 반도체 패널 효율을 깎아먹지만 일찍 뜨고 늦게 지는 여름 태양이 물리적 손실을 상쇄할 만큼의 절대적인 빛을 쬐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시장에 잡히지 않는 한전 전력구매계약(PPA)과 자가용 태양광(BTM)까지 포함하면 한낮 냉방 피크 타임에 태양광이 상쇄해 주는 전력량은 실로 막대하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태양광이 한낮 냉방 폭증을 현장에서 직접 흡수해 주면서 '블랙아웃' 위기를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태양광은 해가 지는 오후 5시 이후 발전량이 급격히 떨어진다. 한낮의 냉방 피크를 차단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몰 후 저녁 피크에 대응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 확보가 향후 전력계통 안정을 결정지을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