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혁신의 동행] ②GK인사이츠 고문+자문 좌담회 - 'AI 시대 인재상'

AI(인공지능)가 모든 것을 바꿔놓은 시대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면서 동시에 우려하는 건 일자리 문제다.
기존 수십 명의 사람이 수개월에 걸쳐서 하던 일을 이제는 AI가 단 몇 초 만에 처리하면서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기업은 기업대로 어떤 인재를 찾아야 할지 고민하고, 구직자는 구직자대로 새 시대에 맞는 역량을 요구받는다.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더 많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꾸려진 싱크탱크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GK인사이츠: 이사장 백용호 머니투데이 명예회장)가 지난 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AI 시대 인재상'을 주제로 고문단과 미래자문단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GK인사이츠 고문인 김종갑 전 지멘스(주) 회장과 정유성 전 삼성SDS 대표(전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GK인사이츠 이사 겸 미래자문단 단장인 이주완 메가존클라우드 이사회 의장, 부단장인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가 참석했다. 좌장은 GK인사이츠 이사인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참석자들은 AI 시대의 인재상이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이 꼽은 AI 시대 일하는 방식의 가장 큰 변화는 '모두가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신입사원 시절 시키는 기초 실무부터 해가며 업무를 배웠지만, 이제는 단순 업무를 AI에 맡기는 만큼 모두가 AI를 지휘하는 관리자처럼 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박진 교수= 한국은 문제 해결 역량이 나이에 따라 급격히 떨어진다. 15세 때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수준인데 25세 때는 중간 정도가 됐다가 45세가 되면 바닥으로 내려간다. 역량 하락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 좌담회의 핵심 질문은 '앞으로 더욱 중시될 인재의 특성은 무엇인가'이다. 노동시장에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명확히 제시해야 청년들에게도 올바른 신호가 갈 것이다.
▶김동호 대표=과거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에서 훌륭한 인재는 코딩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저희 회사가 AI를 도입한 지 1년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코딩의 80%를 AI가 담당한다. 채용 면에서 보면 예전에는 유사한 문제를 풀어본 경험자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AI를 활용해 안 풀어본 문제도 제법 잘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좋은 질문을 던지고 문제를 구조화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업무를 구조화해 AI에게 맡길 영역을 명확히 나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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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완 의장=앞으로 중시될 인재는 AI를 잘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해결 가능한 문제를 인식하고 실행하는 인재'다. 실행을 통해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해야 기업의 생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문제 인식, 그리고 실행 자체에 그치지 않고 결과로 이어지게 만드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김종갑 고문=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로 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두루두루 다양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과거 성숙한 사업군에서는 '적소적재'에 맞는 인재를 뽑아 즉시 현장에 투입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 경력직 채용을 넘어 대학생 인턴십을 수개월간 진행하며 인재를 검증한다. 면접 몇 차례로는 도저히 사람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함께할 인재를 깊이 있게 선별하는 것이다.
▶정유성 고문=AI를 농사에 비유해보면, 과거 괭이를 쓰다 트랙터가 등장했어도 농부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새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갈렸을 뿐이다.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질문력과 문제 정의력, 그리고 AI 결괏값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판단력이다. AI와의 협업 능력 또한 필수다. 이제 신입사원도 AI에게 일을 부여하고 검증하는 '관리자'처럼 일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인재를 발굴해내는 것이 핵심 과제다.
AI가 필수인 지금, 일을 하는 데 있어 'AI 기술 역량'이 먼저냐 아니면 각 분야의 '도메인 지식(특화된 업무 경험)'이 먼저냐에 대해 논란이 많다. 참석자들은 현장 업무를 잘 아는 사람이 AI를 배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렸다.
▶박 교수=AI 발달로 갈수록 도메인 지식은 덜 중요해질 것인지. 특정 업무를 잘 할 사람과 관리자로서 전반적으로 일을 잘할 사람 중 누굴 뽑는 게 더 좋을지 이에 대한 의견들이 궁금하다.

▶이 의장=최근 고민하는 건 사업이 고도화되면서 산업 도메인별로 특화돼 간다는 점이다. 회사 비즈니스에 여러 산업 도메인이 있는데, 기술 인력을 특정 도메인의 스페셜리스트(전문가)로 육성해 봤다. 그러다 요즘 드는 생각은 AI 인재들에게 해당 도메인 지식을 학습시키는 것보다 오히려 도메인 지식을 갖춘 인재에게 AI를 학습시키는 게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 관련 업무에서 10~20년 하신 분에게 AI 역량을 함양시켜 주거나 AI 인재를 붙여줘 함께 일하는 게 훨씬 성과가 좋았다. 결국은 도메인 지식과 AI 지식을 겸비한 융합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김 대표=저희는 사업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게 소상공인들이다. 이들 사장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일을 잘한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 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한데, 그것은 차별화된 자원이다. 한국에 소상공인 기업이 613만개이고 그 중 저희가 과반을 맡고 있다. 특이하게도 직원을 뽑고 나서 보면 부모님이나 배우자가 가게를 하고 있어 이 분야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저희 같은 서비스 회사 입장에서는 (AI와 같은) 기술은 갖다 쓰면 된다.
▶정 고문=삼성에서는 스페셜리스트와 제네럴리스트(통섭형 인재)를 구분해 육성한다. 특히 개발자는 개발자 트랙을 타고 스페셜리스트로 키워 우수한 개발 리더 중 사업 책임자가 되고, 제네럴리스트는 순환 근무 등을 통해 경영자로 자연스럽게 육성했다. 두 영역의 균형이 필요하다.

▶김 고문=10여 년 전만 해도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수요처를 찾지 못했으나 최근 가장 뜨거운 제품이 될 줄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이지만 '발명이 필요의 어머니'가 되기도 한다. 높은 확률의 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되 낮은 확률이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에는 지속적인 인내와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기업 채용은 '다양성'에 중점을 두어야 하며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전문성 중심의 채용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일하는 방식과 요구 역량이 달라졌지만, 인재에게 필요한 책임감·태도·경험 등 본질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 참석자들은 동의했다.
▶박 교수=AI와 같이 일할 때 비판 능력과 판단 역량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좋은 판단은 어디서 나오는가?
▶이 의장=판단과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AI는 정보를 요약해줄 수 있지만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줄었다고 하나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결국 최종 결정과 책임은 인간의 몫이다. AI 발달과 함께 철학자들이 각광받는 시대를 맞이했는데 이를 통해 알 수 있듯 철학·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의사결정하는 게 인간의 고유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 대표=채용을 할 때 외부 요인이 아닌, 본인이 최선을 다했는데 실패한 경험을 이야기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후속 질문으로 만약 모든 기억을 갖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는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훌륭한 분들은 이 생각을 이미 해 봤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제가 생각해 봤는데 이렇게 했으면 잘했을 것 같다"라고 복기하는 태도에서 그 사람의 업무 임하는 마음가짐을 알 수 있다.

▶정 고문=저는 판단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일을 많이 하라고 말한다.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판단력이 생기기 때문에 그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내적으로는 본인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데, 종이 신문을 계속 보라고 한다. 종이 신문을 보면 석학들의 이야기나 어려운 기술 내용도 가장 쉬운 단어로 쓴다. 이러한 신문을 보게 되면 자신만의 토양이 생기는 것이다.
▶김 고문=리더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리더는 결정과 판단을 빨리하는 사람이다. 누구나 실패하지만 빨리 실패를 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우리가 반도체에서 일본을 이긴 비결이다. 우리는 일단 실행해 보지만 일본은 매뉴얼에 따라 한다고 늦었다. 흔히 실패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다시는 그 길로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일찍 '발명'한 것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이 중요하고 개인이 권한과 책임을 같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책임과 권한 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판단에 지장을 준다.
▶박 교수=오늘 토론을 종합해보면 AI 시대 개인은 AI가 할 수 없는 비판적 사고와 철학적·윤리적 깊이를 더해 최종 판단력을 키워야 하고, 기업은 단순한 AI 도입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를 전면 재설계하며 수시 채용과 인턴십, 유연한 문화를 통해 인재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학교는 정답을 외우는 교육이 아닌 문제를 인식하고 구조화하는 질문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