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제개편안 조정을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국회에 제출하기 전 조정안을 마련하려는 것인데 정기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조정안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이다.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반발여론이 거센 데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에 들어가자 관련 세제를 강행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 입법예고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개정안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5300건 넘는 입법 의견이 올라왔다. 종부세를 강화하기로 한 정부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재정경제부가 지난 3일 발표한 부동산 세제개편안엔 비거주·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종부세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대로라면 비거주의 경우 1주택자라도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
거주여부가 종부세 개편안의 핵심이다. 재경부는 취학, 질병, 전학, 해외체류, 부모봉양 등의 사례를 '부득이한 비거주'라고 간주하고 해당 사유에 따른 비거주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외 인정기간은 최장 3년이다.
하지만 '부득이한 비거주'를 폭넓게 인정하고 예외 인정기간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정부도 이런 지적에는 어느 정도 수긍한 모습이다. 조정안에는 완화된 비거주 예외사유가 담길 전망이다.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에 대한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종부세는 개인 단위로 합산과세하는데 개편안에 따라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가 다주택자 취급을 받게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재경부의 입장이다. 재경부는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는 개별 납부나 1가구 1주택자 특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납세자가 유리한 과세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종부세 과세시 부부 공동명의자는 일반 1주택자고 다주택자로 보지 않는다"며 "개편안에 따르더라도 현재와 같이 납세 의무자의 의사에 따라 1가구 1주택자 특례신청 및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제한도를 단계적으로 10억원까지 설정한 주택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의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에 대한 부정적 의견 등도 여전하다.
여당 내에서도 정부안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 이재명정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두고 "핵심은 부동산을 잘못 다루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부동산 세금 손대지 말라는 것이 제 생각이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양도세 등 손질해봐야 1조원(더 걷힌다)"이라며 "50조원의 추가 세수가 나는데 왜 1조원에 목숨을 걸려고 그러냐"고 말했다.
자본시장 관련 세금도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주가누르기방지법' 관련 세제개편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세제개편안에는 이른바 '국장'에만 투자할 수 있는 '생산적금융 ISA'를 신설하면서 기존 ISA의 혜택을 줄이는 내용이 반영됐다. 주가누르기방지법의 경우 적용대상이 적고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재경부가 국회에 제출하기 전 세제 관련 정부안을 수정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매년 세제개편안에 대한 다양한 찬반의견이 나왔지만 재경부는 통상 정부안을 고수했고 국회에서 수정안을 논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사진)은 지난 1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오는 20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에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을 듣고 수정해 국회에 제출하는 등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