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 등을 둘러싼 노동위원회 판단에 기업들의 불복이 잇따르고 있다. 초심과 재심에서 판단이 뒤집히는 사례도 나오면서 중노위에서 끝나지 않은 법적 쟁점이 법원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노란봉투법의 모호한 규정이 결국 기업들의 불복과 법원행을 더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말 기준 노란봉투법 관련 중노위 사건은 70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사측도 신청할 수 있고 복수 노조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단순한 노사 간 승패로 보기 어려운 '교섭단위 분리' 사건을 제외하면 판정이 끝난 31건 중 24건이 인정돼 인정률은 77.4%로 나타났다.
인정률은 노동위가 판정을 마친 사건에서 신청을 받아들인 비율로, 노란봉투법 관련 분쟁에 대한 노동위의 판단 경향을 보여주는 지표다. 1심인 지노위에서도 같은 기준으로 판정이 끝난 사건의 인정률은 87.4%였다. 중노위 재심에서도 인정 결정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지노위의 인정 판정을 뒤집어 기각한 사례는 2건이었다.
반대로 지노위의 기각 판정을 뒤집어 중노위에서 인정한 사건도 나왔다. 중흥건설·중흥토건·한국도로교통공단·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이 대표적이다. 초심과 재심에서 판단이 달라지는 사례가 나오면서 노동위 단계에서 사용자성 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끝나지 않는 모습이다.
중노위 재심 결정에 대한 기업들의 불복도 이어지고 있다. 중노위에 따르면 8월14일 기준 서울행정법원에 제기된 행정소송은 5건으로, 이 가운데 기업이 원고인 사건은 4건이다. 한화오션과 중흥건설·중흥토건·포스코이앤씨 등은 자신들이 노조법상 사용자가 아니어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없는데도 중노위가 이와 달리 판단했다며 재심 결정의 취소를 구했다.
윤재옥 의원은 "모호한 노란봉투법과 노동위의 편향적 판정이 기업들을 법정으로 내몰고 있다"며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기준 마련과 노동위 판정 시스템의 즉각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법조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인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 아직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노동위 판단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법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면 단체교섭 의무가 발생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향후 법원이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해석지침에도 한계가 있다. 노동부의 해석지침은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판단 기준을 제시할 수 있지만 법원을 구속하는 최종적인 법적 기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노란봉투법상 쟁의 대상과 관련해 행정적 해석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취지의 지적을 내놓으며 구체적인 기준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노동부는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을 포함해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인 만큼 중노위 재심 결과에 불복해 법원으로 향하는 사건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노동위의 판단과 법원의 최종적인 법리 확립 사이에 간극이 커질 경우 노사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