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에 따른 강력한 수출 모멘텀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초만 해도 2.0% 성장이 목표였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 초중반대까지 치솟고 있다.
다만 반도체발(發) 온기가 일부 부문에만 치우쳐 있어 체감경기 개선 없는 산업·계층간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정 제시한 올해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 3.2%는 국내외 주요 기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KDI에 앞서 정부가 3.0%, 한국은행이 2.6%의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했다. 국제기구 중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은 각각 2.6%를 전망했다.
KDI는 중동 전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증가를 반영해 성장 눈높이를 높여 잡았다.
구체적으로 지난 전망치(2.5%)보다 상향 조정한 0.7%포인트 중 0.6%포인트가 반도체 몫이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3.2%를 기준으로는 절반 이상이 반도체 관련 성장분이란 게 KDI 측 설명이다.
실제 KDI는 반도체 호조에 따라 올해 수출이 8.7% 증가하고 설비투자도 7.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각각 지난 전망 대비 4.1%포인트, 4.6%포인트 높여 잡았다. 특히 설비투자는 2021년(+10.2%) 이후 5년 만에 가장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흐름은 KDI만의 관측이 아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3.5%로 높여 잡았다.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상품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 급증한 점에 주목하며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특히 "반도체 수요는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의 고급 메모리 공급업체를 현실적으로 대체할 만한 기업은 제한돼 있다"며 이번 반도체 상승 주기가 적어도 2027년 중반까지 강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 역시 큰폭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 전망치 2.6%를 큰 폭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오는 27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다만 일각에선 반도체에 편중된 성장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성장의 온기가 고용 유발 효과가 적은 반도체 산업에 집중돼 있는 까닭에 체감경기 개선으로 충분히 확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KDI는 경기 호조에도 올해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를 기존 17만명에서 11만명으로 크게 낮춰 잡았다. 반도체 부문의 고용 유발 효과가 적은 데다 중동전쟁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다른 업종의 기업들은 신규 인력 채용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AI(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성과가 민간소비나 고용 같은 다수 가계의 소득으로는 아직 충분히 확산하진 않고 있는 모습"이라며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 10년 평균과 비교해도 높지 않고,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업황도 아주 밝지는 않은 상황이라서 높은 경제성장률과 체감경기가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