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월급쟁이는 봉인가요

세종=정현수 기자
2026.09.15 05: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억대 연봉'은 직장인의 꿈이었다. 쉽게 닿을 수 없었기에 꿈으로 불렸다. 꿈에 이른 사람들에겐 더 많은 근로소득세를 내도록 했다.

그 경계점 중 하나가 과세표준(과표) 8800만원이다. 88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부터 세율이 24%에서 35%로 뛴다. 연봉 1억원을 받으면 각종 공제를 거쳐 과표는 대략 8000만원대가 된다. 억대 연봉이라는 꿈의 문턱에 세금의 경계선도 놓여 있다.

8800만원이라는 기준은 2008년 이후 큰 틀에서 바뀌지 않았다. 그사이 꿈을 이룬 사람은 많아졌다. 2009년 19만6539명이던 억대 연봉자는 2024년 154만5725명으로 늘었다. 비율로 따지면 1.4%에서 7.3%로 높아졌다.

2008년의 1억원과 지금의 1억원은 같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의 '화폐가치 계산기'에 따르면 2008년 1억원의 가치는 올해 기준 약 1억4850만원이다. 물가가 그만큼 올랐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금을 매기는 기준은 그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과표구간이 그대로인 탓에 과거에는 소수의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던 세율 구간에 지금은 훨씬 많은 근로자가 들어온다. 상위 1%에게 적용하던 기준이 이제 상위 7%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소득세만의 문제는 아니다. 상속세는 1997년 도입 당시 정한 공제를 그대로 쓰고 있다. 공제는 상속세를 매기는 기준이다. 공제금액을 넘는 재산을 물려받으면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물가와 자산가치가 오르면 물려받는 재산의 명목가치도 커진다. 그런데 공제 기준이 오랫동안 제자리라면 자연스럽게 상속세를 부담하는 사람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05년 상속세 대상자로 결정된 사람은 1816명으로 전체의 0.80%였다. 2023년에는 1만9944명, 전체의 6.82%까지 늘었다. 지난해 상속세 대상자는 2만2524명이다. 과세자 비율은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대상자가 과거보다 늘어난 흐름은 분명하다.

지금의 근로소득세와 상속세는 유통기한이 지난 세제들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과거에 문제를 제기했을 정도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초 근로소득세 문제를 두고서 "월급쟁이는 봉인가"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 유통기한이 지난 세제의 개편안은 이번 세제개편안에 담기지 않았다. 이들 세제가 들어갔어야 할 자리에는 '조세 정상화'라는 이유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들어갔다.

경제의 몸집이 달라졌다면 세금의 옷도 바뀌어야 한다. 몸은 자랐는데 낡은 옷을 계속 입히면서, 그 옷에 맞지 않는다고 몸을 탓할 수는 없다. 유통기한이 지난 세제야말로 '조세 정상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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