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 김형서가 '화란' 현장서 송중기에게 배운 것 [인터뷰]

김나라 ize 기자
2023.10.13 10:21
/사진=필굿뮤직

가히 MZ세대들에게 열광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었다. 통쾌함을 안기는 발칙한 매력으로 '대세'로 떠오른 비비가 '배우 김형서'로서도 확고한 색깔을 보여주며 나날이 주가 급상승 중이다.

김형서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에서 하얀 역할을 맡아 열연,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대중을 깜짝 놀라게 만든 김형서다.

극 중 김형서는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의 이복 여동생 하얀으로 완벽 변신했다. '여고추리반' '마녀사냥 2022' 등 예능과 무대 위의 강렬한 모습과는 정반대의 매력을 발산하며 차세대 여배우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신예 홍사빈은 물론, 치건 역의 송중기와 신선한 케미를 형성하며 웰메이드 작품성에 한몫 톡톡히 했다. 결국 김형서는 '화란'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김형서는 '화란' 출연에 대해 "제작사 사나이픽처스에서 드라마 '벌크'의 새 캐릭터를 찾는다고 해서 갔다가 '화란', 그리고 디즈니+ '최악의 악'까지 오디션을 한 번에 같이 보게 되며 세 작품 연달아 참여하게 됐다. 한재덕 대표님이 SBS '더 팬'에서 제가 부른 김광진의 '편지' 무대를 인상 깊게 보셨나 보더라"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화란'에 대해선 "무시할 만큼 조용하지도 않고 시끄러울 만큼 과하지 않은 영화다. 아무리 피하려 해도 우리 주변에 아주 있을 법한 이야기라 작지 않은 작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김형서는 "연규, 하얀 남매 같은 집안은 아니겠지만 모든 이가 그러하듯 인생이 다 좋지만은 않을 거다. 못 이룬 꿈으로 인한 결핍도 있을 테고 크든 작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가정이라고 해도 각자 나름의 아픔이 분명 있지 않나. 그래서 개인적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저는 제 인생밖에 안 살아봐서, 제3자로 보는 게 처음이라 '화란'을 찍으며 많이 성숙해졌다"라며 깊이 공감했다.

선배 송중기와 호흡은 어땠을까. 김형서는 "사람 됨됨이가 중요하다는 걸 크게 배웠다. '스타가 되기 전에 인간부터 돼라'라는 말이 왜 있는 건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선배님을 보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현장에서 모든 스태프, 한 명 한 명이 다 선배님에게 많이 기댈 정도로 정말 잘 이끌어주셨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영광스러운 칸국제영화제 참석 소감을 묻는 질문엔 여전히 얼떨떨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형서는 "그날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림 같은 곳, 동화 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정말 말이 안 됐다. 미친 듯한 스포트라이트에 세상 가장 럭셔리한 느낌도 들고. '돌멩이를 깎아서 사냥하듯 작품을 만들던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와', 이런 생각도 들었다(웃음). 제가 진짜 럭키하다. 근데 사주에서 지금이 시작이라고 하더라. 내년에 진짜 더 잘 풀린다고 했다"라고 감격에 젖었다.

가수 비비로 대세 가도를 달리고 있던 가운데 돌연 연기에 도전했지만, 정작 본인에겐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고. 김형서는 "제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하는데 그때부터 연기에 흥미가 있었다. 다른 노래들보다 영화나 영상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편이라. 그리고 작은 감정을 느끼면 이를 한 캐릭터로 만들어 제가 그 탈을 쓰고 과거와 현재를 상상해서 음악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이게 연기할 때 캐릭터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되더라. 연기가 힘들고 어렵기도 하지만 한 팀의 구성원이 되어 마음이 편하고 따뜻함을 느낀다. 동시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그는 "사실 처음엔 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다. 소속사도 가수 회사(필굿뮤직)라 '너는 가수인데 왜 이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의아해하며 작품 제안이 들어온 걸 알려주셨다. 당시 타이거JK 대표님은 '잘 됐다' 박수를 치셨고, 윤미래 대표님은 '너는 연기할 줄 알았다'라는 반응을 보이시기도 했다. 지금은 마음 무겁게 임하고 있다"라고 진중하게 얘기했다.

이내 김형서는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이상한 사람이었다"라고 표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와 가장 바뀌었다 싶은 건 말을 잘하게 된 거다. 학창 시절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줄 몰라서 외톨이었던 적이 있다. '난 특별하니까 사람들과 놀지 않아', '중2병'에 걸린 때도 있었다. '중2병'은 다행히 시기에 맞게 왔었다(웃음). 다만 사고 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음악 듣고 책 읽고 노는 스타일이라 선생님들이 싫어하진 않았다. 세상을 왕따시키면서도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여지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말을 잘하나, 관찰하는 걸 좋아했다. 박찬욱 감독님의 작품에 빠져 있기도 했고.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보고 이상해도 괜찮겠다는 위안을 받았다"라고 떠올렸다.

김형서는 "원래 연예인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글 쓰는 게 좋았고 음악이 하고 싶었다. 저희 집안이 보수적이긴 하지만 할머니도 시인이시고 예술가 집안이라, 예술로는 어떤 얘기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근데 즐거움이 일이 되면 하기 싫어지겠다는 생각에 평생 동안 취미로 해야겠다 싶었는데, 윤미래 대표님에게 캐스팅이 된 거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데뷔 계기를 밝혔다.

"잘 되고 싶어서 예술을 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했다는 마음을 찾고 싶어서 하는 거다"라는 단단한 마음가짐을 전한 김형서. 하지만 작년엔 SNS 라이브 방송 도중 오열할 정도로 번아웃을 겪어 걱정을 사기도 했었다. 이에 관해 묻자 그는 "저는 여전히 똑같다. 팬분들이 걱정할까 봐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있긴 하지만, 감정에 솔직하고 숨기려 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 힘들어도 안 좋은 쪽이 아닌 좋은 쪽으로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총 9시간 클라이밍 운동을 하고 밥도 꼭 제가 지어먹으려 한다"라고 건강한 근황을 알렸다.

김형서는 "오히려 작년에 그런 라이브 방송을 했을 때가 솔직하지 않았고 연극적이었던 것 같다. 우울함과 고독에 완전히 빠져 있던 거다. 워낙 독립적인 성격이라 평소 같았으면 화장 지우고 바로 자고 안 그랬을 텐데, 참고 눌렀던 게 터진 것 같다. 기분 좋아질 방법을 찾다가 보통 팬분들과 소통하면 행복하니까, 그 상태에서 라이브 방송을 킨 거다. 팬분들의 '안 좋아 보인다'라는 한마디에 결국 눈물이 나왔다. 당시엔 잠도 못 자고 다이어트도 하고 있고 너무 예민한 상태였다. 생각이란 걸 할 겨를도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어서 정상적인 사고로 컨트롤이 안 되었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윤)미래 언니도 많이 놀라셨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그는 "'내가 불운인가' 생각했던 적이 있어서, 그래서 쓸모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엔 '적자가 나면 안 될 텐데' '돈부터 벌어야지' 여기에만 집중해 달렸고, 어떤 자리에서든 분위기를 끌고 가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금 숭고함을 찾게 됐다. 그냥 자연스러운 나도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고. 그러다 보니 에너지도 덜 낭비하게 됐다"라고 한결 여유를 되찾고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김형서는 "뭔가를 성취하거나 좋을 때는 발판 삼을 결핍이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힘들 땐 가지고 있는 부와 명성을 다 바꿔서라도 평온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러다 알아챘다. 평온과 행복은 부와 명성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찾는 것이란 걸 말이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끝으로 김형서는 "이제 11월에 드라마 벌크' 촬영에 들어간다"라는 소식을 전하며 "사이코패스, 약쟁이, 직업 여성 등 캐릭터성이 센 작품들이 많이 들어온다. 평범함이 가장 어렵다고 평범한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슬픔과 기쁨이 다 있는 어디 가면 있을 법한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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