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낙오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금세 또 한 명이 이탈하자 조금은 불안했다. 오래된 속담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그럼에도 워낙 드높았던 명성과, 남은 이들의 존재는 희망을 주었다. 희망은 이내 3인조 무대를 통해 확신으로 바뀌었다. 빅뱅은 이제부터 3인조다. 그것도 K팝 신에서 가장 근사한 트리오다.
2006년에 5인조로 데뷔한 빅뱅은 K팝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그룹이다. 후배들은 우러러보고, 선배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룹. ‘거짓말’(2007)로 메가 히트를 친 후 발매하는 곡마다 1위를 놓친 적이 없고, 아이돌과 힙합 장르를 공존하게 한 주인공이다. 월드 투어를 한 번 돌면 매출 1천억 원은 거뜬히 올렸다. 직접 노래를 만들뿐더러, 가창과 랩, 퍼포먼스가 두루 완벽한 ‘실력파’ 아이돌의 표본이기도 했다. 지드래곤과 태양의 경우는 ‘아티스트’로 불릴 만큼 솔로로도 음악적 역량을 높게 평가받았다.
음악 커리어로는 흠결이 없는 그룹이다. 하지만 두 멤버가 이탈하는 과정에서 빚은 구설로 인해 그룹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이 갔다. 5인조로서는 ‘꽃길’(2018)이 마지막이었고, 4인조로서는 ‘봄여름가을겨울’(2022)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빅뱅은 지난해 탑이 나가고 지드래곤, 태양, 대성이 남아 3인조가 됐다. 3명 역시 소속사가 달라 빅뱅 활동 자체가 다소 불투명하게 여겨졌다.
그러던 지난 9월, 태양의 단독 콘서트에서 ‘삼뱅’(3인조 빅뱅)이 무대를 했다. ‘뱅뱅뱅’(2015), ‘판타스틱 베이비’(2012) 등 빅뱅의 히트곡들이 올림픽홀에 울려 퍼졌다. 무대는 가히 최고였다. 애초 3인조였던 것처럼. 지드래곤이 화려하게 랩을 하면, 태양의 그루브한 노래가 주변 공기를 부드럽게 휘어 감았고, 커다란 전율이 필요할 때면 대성이 폭발적인 고음을 터트렸다. 전혀 다른 맛으로 최고의 밸런스를 내는 삼합처럼, 각자의 개성이 맛깔나게 어우러졌다. 연습생 때까지 치면 족히 20년은 함께했을 이들은, 베테랑의 경지에서 부족함 없이 빈자리를 메꿨다.
그리고 또 한 번 ‘삼뱅’의 건재함을 보여준 커다란 행사가 있었다. 지난 23일 열렸던 ‘2024 마마 어워즈’다. 애초 이 자리는 지드래곤의 7년 만 솔로 컴백 무대로 알려졌지만, 그의 신곡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에 피처링한 태양과 대성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분홍 머리를 한 지드래곤이 신곡 ‘파워(POWER)’를 부르며 홀로 무대에 등장했고, 이것만으로 현장 열기는 뜨거웠다. 다음 무대로 ‘홈 스위트 홈’ 도입을 부르던 지드래곤이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누군가를 연호했고, 그 손끝 뒤로 태양이 서 있었다. 객석은 물론 가수석에서도 커다란 환호가 터져 나온 순간이었다. 지드래곤과 태양이 함께 걸음을 떼 대성과 합류했고, 열기는 또 한 번 배가 됐다. ‘삼뱅’의 호흡은 완벽했고,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 무대까지 더해지자 전율은 쉬이 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무대는 ‘2024 마마 어워즈’에서 가장 화제가 됐다.
‘홈 스위트 홈’은 멜론 TOP 100 실시간 차트에서 현재 1위다. 지드래곤의 곡이지만 ‘삼뱅’이 함께한 첫 곡이기도 하다. 이 곡까지 1위에 올려놓으면서 3인조 빅뱅 역시 견고하다는 것을 또렷하게 보여줬다. 다시 빅뱅의 노래를 “뜯고 맛보고 즐길”(‘홈 스위트 홈’)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