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1승’은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냐” [인터뷰]

한수진 ize 기자
2024.12.04 16:05
송강호 / 사진=(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1승’은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에요. 스스로에게 인생의 1승 의미를 던지고 1승이 100승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 될 거로 생각해요.”

배우 송강호가 ‘반칙왕’(2000) 이후 24년 만에 스포츠 영화로 관객 앞에 나섰다. 화려한 가면을 쓰고 직접 레슬링을 선보였던 ‘반칙왕’과 달리 새 스포츠 영화에서는 프로 여자배구단 감독으로 전혀 다른 폼을 보여준다. 20여 년의 세월 속 그의 자연스러운 변화는 작품에 더한 깊이를 담아내며 배구의 참 재미를 알려준다.

송강호가 주연한 스포츠 영화 ‘1승’(감독/각본 신연식)은 배구 종목을 다루는 작품이다. 배구를 소재로 한 최초의 한국 영화이기도 하다. ‘1승’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 김우진(송강호)과 이길 생각 없는 괴짜 관종 구단주 강정원(박정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송강호는 극 중 퇴출, 파면, 파산 그리고 이혼까지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실패는 죄다 섭렵한 배구선수 출신 감독 김우진을 연기한다. 송강호는 현실감 있는 ‘웃픈’ 루저의 면모부터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내며 믿고 보는 배우의 진가를 여실 없이 발휘한다.

“배구 팬이기도 했지만, 배구가 주는 그 당당함과 ‘한국 최초 배구 영화’라는 점에서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신선했어요. 우리 작품은 성공하고 멋진 스타가 나오는 내용이 아니거든요. 열정은 넘치지만, 그 열정을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을 투영한 작품이에요. 항상 패배 의식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자극을 받는 모습에서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극 중 김우진이 선수들을 야단치지만 자신에게 야단치는 느낌이기도 해서 마음이 더 뜨거웠고요. 감독과 선수들이 다 같이 성장하는 영화라 더 좋았죠.”

송강호 / 사진=(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송강호는 극 중 감독이라 선수 역할을 하는 배우들에 비해 몸을 덜 쓰지만, 이따금 공을 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선수가 아니라 천만다행”이라고 웃으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선수 역을 소화한 배우들을 지켜보며 “안쓰러운” 마음을 갖기도 했다.

“선수로 캐스팅이 안 돼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웃음). 다른 배우들이 너무 고생했어요. 지켜보는 것만으로 안쓰럽고 그랬죠. 저는 감독이니까 다른 면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어요. 실제 경기를 보러 가기도 했고 중계를 보기도 했어요. 감독들이 작전 타임에서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살펴봤어요. 되게 재밌어요. 작전이 무궁무진하더라고요. 이쪽에서 작전을 펼치면 상대에서 새로 작전을 파는 등 그 모습이 정말 다채로웠어요. 그쪽으로 연기하는데 참조를 많이 했어요. 기술적으로도 많이 배웠죠. 공 날리는 게 쉬운 것 같아도 되게 어려워요. 연습을 많이 해야 공이 멀리 힘 있게 날아가요.”

‘1승’은 우승이나 절대 강자가 목표가 아닌, 단 한 번 얻을 수 있고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가는 감정에 포커스를 맞춘다. 김우진은 작품에서 이 같은 변화를 가장 진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송강호는 이런 김우진의 변화가 “비약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털어놨다.

“사실 영화다 보니까 김우진이라는 캐릭터가 비약적인 느낌이 없지 않아요. 하지만 누구나 김우진 같은 마음이 있죠. 살다 보면 마음이 답답하고 왠지 위축되고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 자신과 비슷한 맥락을 가진 인물로 볼 수 있어요.”

송강호 / 사진=(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작발표회 때 송강호가 롤모델이라 밝혔던 박정민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송강호 역시 박정민의 오랜 팬이었다고 이야기하며 “후배지만 대단”하다는 칭찬을 쏟아냈다.

“박정민은 데뷔작 ‘파수꾼’(2011) 때부터 팬이었어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도 있겠지만 유심히 보니 스스로 소양을 열심히 쌓더라고요. 세상에 대한 소양들을 보이지 않게 켜켜이 쌓아 올려요. 출판사도 한다고 들었어요. 단순히 인문학적인 교양을 담는 게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모습이 놀랍고 후배지만 대단하다고 느껴요. 또 캐릭터 해석력과 표현들이 탁월하잖아요. 순간 장악력이라고 할까. 임팩트를 에너지 넘치게 표현하는 걸 보고 왜 다들 박정민을 찾는지 알았죠.”

영화에서 김우진이 값진 ‘1승’을 이뤄내는 것처럼, 송강호의 연기 인생 1승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내년이면 30주년이라는 그는 그 세월을 다 짚어보며 귀한 1승을 처음으로 안겨준 작품으로 영화 ‘초록물고기’(1997)를 꼽았다.

“돌이켜보니 내년에 연기한 지 30년이 되더라고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면서 1승 한 느낌을 받은 건 ‘초록물고기’였어요. 스크린 데뷔작은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이었는데 그때는 연극을 하면서 단역으로 3일만 촬영했거든요. ‘초록물고기’ 때는 비중도 컸고, 연극 연출가가 배려해 줘서 제 배역을 다른 배우로 대체해 주고 영화에 올인할 수 있도록 해줬어요. 그래서 영화 연기를 제대로 처음 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를 굳이 말하자면 ‘초록물고기’가 1승 느낌이에요.”

송강호 / 사진=(주)키다리스튜디오, (주)아티스트유나이티드

30년이나 연기했지만 송강호는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서면 “심장이 뛰고 긴장”을 한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도 그가 카메라 앞에 서며 늘 염원하는 변치 않을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매번 연기할 때마다 심장 뛰고 긴장돼요. 첫 촬영할 때는 잠이 안 올 정도로 긴장해요. 그런 자극들이 없으면 안 되죠. 그동안 뭘 해도 잘될 때가 있었어요. 어떨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한 구간들이 나오기도 했고요. 가만히 보니까 그게 인생 같아요. 누구나 좋을 때가 있고 그 구간이 지나면 안 될 때도 있고요. 그래서 결과에 더는 연연하지 않아요. 그래도 지금 당장의 목표는 1승이 사랑을 받는 거긴 해요. 진정으로 바라는 앞으로의 1승은 제 마음을 고동치게 하는 작품들을 계속 만나는 것들이요. 지금 당장은 ‘1승’이 흥행도 잘 되고 사랑받았으면 좋겠지만 진정한 1승은 제 심장을 뛰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는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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