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이어 '하얼빈'까지..우민호 감독의 다음 10월 26일은? [인터뷰]

이경호 ize 기자
2024.12.23 10:30

영화 '하얼빈'의 우민호 감독 인터뷰.

영화 '하얼빈'의 우민호 감독./사진=CJ ENM

1909년 10월 26일, 일제강점기에 놓였던 한민족의 독립을 향한 열망을 더욱 끌어올린 날이다. 한민족 역사에 새겨진 그날,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역사적인 그날을 우민호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겼다.

우민호 감독의 신작 '하얼빈'이 오는 24일 개봉한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이다. 현빈이 주인공 안중근 역을 맡았으며, 박정민, 조우진, 유재명, 박훈, 릴리 프랭키, 전여빈 등이 출연한다.

'하얼빈'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독립군과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를 처단하기 위한 여정을 그렸다. 안중근 장군의 숭고함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서 대한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군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가슴을 울릴 예정이다. 또한 안중근 장군의 인간적인 모습과 독립군으로서의 숭고함이 교차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메시지까지. 12월 필수 관람 영화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린 현 대한민국 상황까지 더해져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얼빈' 개봉을 앞두고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을 아이즈(IZE)가 만나 영화와 현 시국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영화 '하얼빈'./사진=CJ ENM,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하얼빈'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 우연히 안중근 자서전을 읽게 됐다. 몰랐던 지점이 있었다. 30대였다는 점, 너무 젊어서 놀라웠고, 이분을 영웅으로만 알았는데, 어떤 전투에서는 패장이었다. 그 일로 지탄도 많이 받았고. 그런 그 분이 어떻게 거사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분이 했던 말씀이 저한테 와닿았다. 우리 영화 엔딩에 나온 내레이션의 중간 부분이 실제 안중근 장군이 하신 말씀도 있다. '우리가 포기하지 말고 가야 한다.'. 당시 저는 저 말이 와닿았다. 우리가 삶을 살다 보면 많은 역경이 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고. 그런 게 먼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 작품을 꼭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런 마음이 관객에게 전해진다면, 2024년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어떤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싶었다. 안중근 장군의 그 말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됐다. 그래서 힘들겠지만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또 사연이 있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하얼빈'이란 대본을 갖고 있었다. 저도 (연출) 제안을 받았다. 제가 못한다고 했다. (주인공인) 안중근이 워낙 영웅이었다. 이 나라를 위해 헌신, 희생한 분들을 다룰 용기가 없었다. 이후에 제작사에 감독이 정해졌는지 전화를 해 물어봤다. 안 정해졌다고 하더라. 제가 대본 읽어볼 수 있겠냐고 제안했고, 그 대본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순수하게 오락영화였다. 이게 가공의 인물, 가상의 사건이면 오락영화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안중근을 이렇게 오락영화로 한다고?' 했다. 제작사 대표에게 제가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고, 이렇게(오락)는 못 한다고 했다. 묵직하게 하고 싶다고 했고, 그게 동의가 됐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하얼빈'이 현시대에서 관객에게 여러 의미를 전할 것 같다. 감독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하는가.

▶ 배우들과 '하얼빈'을 찍으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잘 찍어도 못 찍어도 3.1절, 광복절에 계속 나오겠다. 그러니 우리 정말 잘 찍자'고 했다. 왜 그러냐면, 못 찍은 영화라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게 없다. 그 작품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잘 만든 영화로 남겨지길 바란다. 안중근 장군님, 그분 얼굴에 누가 되지 않도록, 독립군들과 나라를 위해 헌신, 희생하신 분들께 누가 되지 안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다시 꺼내고 싶은, 찾아보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

영화 '하얼빈'./사진=CJ ENM,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안중근 역을 맡은 현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캐스팅 후 놀랐던 지점이 있는가.

▶ (시사회 때) 영화를 봤을 때, 현빈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가 혼신을 다했구나 싶었다. 현빈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눈밭에서 뒹굴고, 진흙과 얼음이 바지를 타고 속옷 안으로 들어가는데도 언제 또 촬영할지 모르니, 바꿔입지 않았다. 드론으로 촬영한 장면에서도 작게 보이는데도 대역이 해도 된다고 했는데, 현빈 씨는 본인이 한다고 했다. 자기가 나오는 장면은 얼굴이 아닌 뒤통수나 발만 나와도 자기가 해야 한다고 했다.

영화 '하얼빈'./사진=CJ ENM, (주)하이브미디어코프

-현빈 캐스팅 과정에서 그가 고사한 적이 있었다고 하던데, 어떻게 설득했는가.

▶ 될 때까지 했다. 정말이다. 삼고초려 끝에 하게 됐다. 안 됐더라도 제가 열 번까지 될 때까지 했을 거다. 현빈 씨가 끝까지 거절했다면, 이 작품을 안 했을 수도 있다. 1년 뒤에 또 하자고 했을 거다. 또 못한다고 하면, 제가 다른 작품을 하고 나서 또 하자고 했을 것 같다.

-현빈을 기다리길 잘했다고 느꼈던 순간도 있었는가.

▶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마지막에 카메라 향해 걸어온다. 저는 그 얼굴이 여운이 깊게 남았다. (안중근 장군이) '내가 다 죽였어' '성공했어' '영웅이야', 이런 얼굴이 아니다. 뭔가 복잡한 얼굴이었다. 내레이션에 끝이 아니라는 것, 더 큰 고난과 역경을 걱정하시는 거였다. 예견한 거다. 그거를 얘기하는 거죠. '포기하지 마라' '앞으로 계속 가야 한다' '끝까지 싸워야 한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그 모습이었다.

영화 '하얼빈'./사진=CJ ENM,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이토 히로부미 역을 맡은 릴리 프랭키의 캐스팅이 궁금하다. 한일 역사 관계로 어려움은 없었는가.

▶ 제가 좋아하는 배우다. 사실 그가 이런 이토 히로부미 같은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다. 제가 사실은 안 할 거로 생각했다.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으로 제안했는데, 선뜻 하겠다고 했다. 화상으로 미팅했는데, 대본이 무척 마음에 든다고 하더라. 자신에게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제 작품인)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의 팬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쉽게 캐스팅했다. 또 그는 자기가 생각하는 이토 히로부미를 한 거다. 재미있게 했다.

-릴리 프랭키가 안중근 장군이 한국 사람들에게 가진 의미를 이해하고 촬영했는가.

▶ 한국의 역사니까 충분히 이해했다. 그래서 시사회 때 무대인사도 했다.

영화 '하얼빈'./사진=CJ ENM, (주)하이브미디어코프

-하얼빈에서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는 장면. 한국인에게 의미 있는 장면이다. 여느 작품에서 다뤄졌던 것과 달리 인물들의 클로즈업이 없다. 클로즈업에 대한 유혹은 없었는가.

▶ 있었다. 릴리 프랭키 얼굴도 찍고 싶었다. 하지만 다르게 찍고 싶었다. 안중근 관련 콘텐츠가 다 그렇다. 하지만 이거는 뭔가, 그 순간을 멀리서 바라보는, 또 하나는 먼저 간 동지들의 시선으로 찍어보고 싶었다. 그게 우리 대중의 시선이 아니라 그 일을 하기까지 동지들이 희생했으니까, 동지들의 시선으로 찍어보고 싶었다. '코레아 우레'(대한 독립 만세)가 들릴 수 있게, 그들에게 외치라고 그랬다.

-이번 '하얼빈'으로 우민호 감독과 '10월 26일'의 인연이 만들어졌다.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1979년의 10월 26일(10·26 사태), '하얼빈'에선 1909년의 10월 26일을 다루게 됐다. 한민족 역사에서 '10월 26일'은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혹시, 이 10월 26일과 관련한 영화를 기획 중인가. 우민호 감독이라서 기대가 된다.

▶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안중근 장군의 (하얼빈) 의거를 언급하는 대사가 나온다. 10월 26일. 제가 안중근 영화를 할 줄 몰랐다. 그래서 뭔가 되게 신기하다. 지금은 특별하게 10월 26일 관련한 영화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사진=CJ ENM, (주)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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