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겼다.”
SBS ‘나의 완벽한 비서’의 지윤(한지민)은 술에 취해 자신의 비서 은호(이준혁)에게 이 같은 말을 한다. 이는 이 장면이 담긴 ‘나의 완벽한 비서’ 4회에서 시청자의 가장 큰 공감을 유발하고, 절대적 동조를 일으킨 신이다. 게다가 이 장면이 방송 직후 ‘화제의 장면’이자 ‘명장면’이 된 건, “잘생겼다”는 말의 대상이 다름 아닌 이준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잘생긴 것이 아니라,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끝내주게 잘생겼다.
이준혁은 20대 때 꽃미남 아르바이트생만 뽑는다는 카페에서 일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그는 ‘신촌 커피프린스’라는 별칭으로 불렸고, 그와 사진을 찍기 위해 여성들이 줄을 서서 대기했다고 한다. 그가 배우를 하게 된 것도 외모 때문이었다. 전공(연출)을 살려 감독을 하려고 했지만, 주변에서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배우를 권유했다. 이준혁은 10년 전 드라마 ‘파랑새의 집’(2015)에서 상대역으로 호흡한 경수진으로부터 “이준혁이 너무 잘생겨 부담스럽다. 조각 같이 생겨서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난다”라는 말을 들었고, 최근에도 웹 예능 ‘살롱드립2’에 출연해 MC 장도연으로부터 “재밌는 사람이 좋다. 이준혁의 이목구비가 너무 재밌다. 세상에서 제일 가는 개그맨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짙은 눈썹 아래 깊고 그윽한 눈, 더 아래로는 베일 듯 날카로운 콧날에 날렵한 턱선까지. 이준혁은 명백하게 잘생겼다. 자신에 대한 주된 이야기 주제가 오랜 기간 외모에 쏠렸던 탓에 한때 “꽃미남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외모에 만족하지 못했다”라며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던 그는, 최근에서야 “(잘생겼다는) 칭찬을 감사히 여기고 즐기기로 했다”(‘살롱드립2’)라고 자신이 잘생겼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인정 직후 출연한 ‘나의 완벽한 비서’는 이준혁의 얼굴을 적극적으로 담으며 잘생김을 찬양한다. 아름다운 예술품을 전시하듯, 그의 얼굴을 정성스레 조명해 회차마다 보여준다.
하지만 이준혁이 ‘나의 완벽한 비서’로 대중의 이목을 잡아끌 수 있었던 것은, 외모 이상의 가치가 있는 배우라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 와서다. 그는 악역으로 출연한 영화 ‘범죄도시3’(2023)에서 마동석과의 몸싸움을 대등하게 보여주기 위해 체중을 20kg이나 늘렸고, 모든 것이 완벽한 국회의원으로 분한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2019)를 찍었을 때는 9kg을 감량했다. 배역에 따라 그 조건에 부합하는 외관을 만드는 것은 이준혁의 기본적인 루틴이었다.
비리 검사 서동재를 연기했던 드라마 ‘비밀의 숲’ 두 시즌(2017, 2020)에서는 주어진 것 이상으로 역할을 잘 살린 까닭에, 조연에서 단독 주연으로 승급해 스핀오프 드라마 ‘좋거나 나쁜 동재’(2024)로 부활하기도 했다. 이준혁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최선으로 준비하고, 사력으로 임한다. 그런 이준혁의 외모에 어울리는 장르는 아마도 청춘 멜로겠지만, 그가 목표에 다가가는 태도는 성장 누아르 주인공에 가깝다.
그러한 태도 때문에 이준혁은 설정값이 잘생긴 캐릭터는 좀처럼 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걷기만 해도 여자들이 뒤돌아보고, 여자 동료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 은호를 연기하게 된 건, 얼굴부터 개연성이 철두철미한 “드디어”의 영역이다. 다작하며 열심히 축적해 온 연기력은 그가 이 완벽한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닿도록 한다. 그리고 그동안 그의 입에서 그토록 듣고 싶었던 로맨틱한 말들이 아낌없이 방출되고 사정없이 흩날리니 시청자들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다. 잘생긴 외모로 잘생김을 연기하는 이준혁은 이 영역 ‘끝판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