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제니가 노리는 솔로의 폼

한수진 ize 기자
2025.02.04 09:12
제니 / 사진=OA엔터테인먼트(ODDATELIER)

제니(JENNIE)가 지난달 선공개한 정규 1집 수록곡 ‘러브 행오버(Love Hangover)'에서 그가 걷고자 하는 방향이 보인다. 그 앞에 발표한 싱글 곡 ‘만트라(Mantra)’에서도 마찬가지다. 팝스타다. 영어로 된 가사에 파격과 시도 등 저항성을 지닌 곡과 콘셉트. 같은 점도 존재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부분들이 더 선명하다. 가장 뚜렷한 건 이제 제니 노래 크레디트에 테디는 존재하지 않는다. 크러시에 가까웠던 제스처는 이제 섹슈얼과 더 근접한다.

‘러브 행오버’ 뮤직비디오에서 관에 누워 등장하는 제니는 죽음으로써 새롭게 존재한다. 연인으로 등장하는 피처링 아티스트 도미닉 파이크(Dominic Fike)의 추도문은 “너와 내가 나눈 사랑은 우리를 진짜 우리로 살아있게 했어”처럼 애틋하지만 “나는 우리를 우리답게 만든 그 모든 기억으로 제니를 계속 살아 있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라는 말로 메타포를 함유한다. ‘러브 행오버’를 선공개한 건 일종의 선언이다. 추억과 익숙함, 새로움과 낯섦의 경계를 걸치면서 변화하겠다는 제스처다.

‘러브 행오버’는 자신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저항할 수 없는 끌림에 대해 노래한다. 과음(행오버)으로 다음날 숙취에 시달리며 다신 마시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얼마 안 가 또다시 술을 마시게 되는 쉽게 끊어지지 않은 유혹처럼. 독과 치료제 같은 사이의 감정적 혼란을 이야기한 가사와 몽환적인 리듬이 돋보이는 이 곡은 끊을 수 없는 사랑에 빠져본 이들에게 매혹적인 찬가처럼 들린다.

“I don't really mind when you play me(너가 날 가지고 놀아도 별로 신경 안 써)”, “We say it's over, but I keep f with you(끝났다고 말하지만, 난 계속 너랑 엮이고 있어)”, “I can't leave this chick, I had to(이 여자를 떠날 수가 없어, 그래야만 했는데)”처럼 악순환 속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리듬있게 강조하며, 노래의 중독성을 더한다. 특히 애걸과 후회를 반복하는 구조가 극적인 짜임새를 만든다.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제니의 비주얼은 오묘하다. ‘만트라’보다 노출 등의 섹슈얼은 다운됐으나, 풍선을 잡고 우주로 날아오르는 등의 자유분방함이 더 효과적으로 묘사됐다.

제니 / 사진=OA엔터테인먼트(ODDATELIER)

‘러브 행오버’는 맛보기에 불과하지만, 변화를 가늠하기에도 충분하다. 블랙핑크 때와 궤를 달리하는 크레디트 참여진부터, 편곡에 새긴 자신의 이름(앨범 참여도의 증가). 스타일링은 그룹 활동 때보다 더 개방적이고, 영어로 된 가사의 타깃은 명확하게 글로벌이다. 제니는 ‘만트라’에 이어 K를 뗀 영역의 ‘팝스타’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것을 좀 더 세분화하자면 ‘섹시 팝스타’ 계열에 가까울 것이다.

‘러브 행오버’가 담긴 제니의 정규 1집 ‘루비(Ruby)’는 3월 7일에 발매된다. 이미 공개한 ‘만트라’와 ‘젠(ZEN)’, ‘러브 행오버’를 포함해 총 15곡이 실린다. 피처링진은 차일디쉬 감비노(Childish Gambino), 도이치(Doechii), 두아 리파(Dua Lipa), FKJ, 칼리 우치스(Kali Uchis) 등 해외 아티스트들이 즐비하다. 신보 발매 쇼 ‘The Ruby Experience’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코크 극장에 이어 뉴욕에서 진행한 다음에야 서울에서 열린다. 활동지의 우선이 글로벌(미국)인 셈이다.

제니와 한 이불 덮던 로제는 지난해 12월 발매한 정규 1집 ‘로지(rosie)’로 먼저 ‘팝스타’ 궤적을 걸었고, 좋은 성과를 냈다. 로제를 통해 성공적 사례를 목격한 제니로선 새로운 노선에 긍정적 기대를 걸어 볼 만한 상황이다. 제니는 ‘루비’로 자신의 히트곡 가사처럼 글로벌 “빛이 나는 솔로”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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