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시장 불신이 이란산 원유 수출 장벽…중동 정세 안정화가 관건"

최소 5000만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목적지 없이 바다를 떠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로도 충돌이 반복되면서 이란산 원유를 찾는 구매자가 줄어든 탓이다. 현지 전문가는 이란산 원유가 안정적으로 수급될 것이라는 신뢰가 확립되지 않으면 원유시장에서 이란산 원유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8일(현지시간) 선박 데이터 플랫폼 보텍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라면서 6300만배럴의 이란산 원유가 페르시아만, 아시아 해역에서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산 원유를 실은 선박 대부분은 목적지를 표시하지 않았거나 구매자를 찾지 못해 해상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 매체 아르망멜리는 보텍사를 비롯한 여러 관계 단체 보고를 종합하면 이란산 원유 5800만~6800만배럴이 해상 운송 또는 판매 대기 상태이며, 이중 90%는 최종 목적지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적어도 5000만배럴 가량이 정처없이 떠도는 셈이다.
아르망멜리는 미국,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과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제재 60일 면제 덕에 이란산 원유가 빠르게 원유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통계로 나타난 결과는 정반대였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상선 3척이 이란에 피격됐다면서 전날 이란 군사기지를 공습하고 이란산 원유에 대한 수출 제재를 재개한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 조치가 있기 전부터 이란산 원유 수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간 중국, 인도가 이란산 원유의 주요 고객이었다. 이들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이란산 원유를 구매한 것은 미국의 수출 제재 때문에 이란산 원유가 정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됐기 때문. 종전 MOU 체결과 함께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이란산 원유는 경쟁력을 잃었다. 중동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인도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였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아직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거두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보험사들이 운송 보험 보증을 꺼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이란석유공사가 최근 일본, 대만, 한국 정유업체에 접촉해 거래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인도 정유업체들은 미국이 60일 면제 기간을 연장한다는 조건 하에서만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겠다는 입장을 냈다고 한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이란 석유부 국장 출신 마무드 카가니는 아르망멜리 인터뷰에서 "수출 경로가 부분적으로 뚫렸다고 해서 이란산 원유가 세계 시장에 복귀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60일 제재 면제 조치로는 이란산 원유 수출이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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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이란산 원유 수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구매자들의 불신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위기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많은 구매자들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이란 원유 고객인 중국, 인도의 경우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대규모 구매 계약을 자제할 것"이라며 "수출 제재가 잠시 해제됐다고 해서 이란이 신뢰할 만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원유 수출량을 늘린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격 면에서 이란산 원유가 매력적으로 보여도 구매자들은 위험도가 더 적은 선택지를 선호할 것"이라며 "지정학적 위험을 줄이고 이란산 원유에 대한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수출 기회는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