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는 2023년 박재범이 설립한 모어비전에 둥지를 튼 후 간간이 싱글만 내왔다. 그러다 지난 12일 청하로서는 오랜만이고, 모어비전에서는 처음으로 내는 앨범을 발매했다. ‘알리비오(Alivio)’다. 이 앨범명은 스페인어에서 온 단어로, ‘완화’, ‘안도’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 EP지만 정규에 가깝게 8곡을 실었고, 타이틀도 2곡이다.
‘알리비오’는 청하의 내밀한 감정을 담은 앨범이다. 소속사는 이 앨범으로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와 그것으로부터 해방되고, 그 사이에서 스며드는 다양한 감정을 다채로운 장르에 녹여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4번 트랙에 자리한 첫 번째 타이틀 곡의 제목은 ‘스트레스(STRESS )’다. 두 번째 타이틀 곡은 7번 트랙 '땡스 포 더 메모리즈(Thanks for the Memories)’다.
청하는 ‘스트레스’에서 “신경 꺼 네 complex 모두 다 벗어 던져 봐”라며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을 사랑하며 자유롭게 삶을 즐기자고 말한다. 영어곡인 ‘땡스 포 더 메모리즈’에서는 “You got me floated on a cloud(너 덕분에 나는 구름 위에 떠 있었어) / thanks for all the memories, but now You ain't gotta worry about me( 모든 추억에 고마워, 하지만 이제 넌 나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어)”라고 이별 후에도 서로를 존중하며 나아가자고 노래한다.
하우스를 기반으로 한 ‘스트레스’는 강렬한 리듬과 에너지가 당찬 가사와 시너지가 좋다. 경쾌한 미드 템포 팝의 ‘땡스 포 더 메모리즈’는 기타 리프의 활기참이 존중의 메시지에 힘을 실는다. 두 곡 말고도 선미가 피처링한 ‘솔티(Salty)’나 ‘이븐 스티븐(Even Steven)’, 그리고 비발디의 ‘사계’ 중 ‘봄’ 멜로디를 사용한 ‘스틸 어 로즈(Still a Rose)‘ 등도 앨범 메시지를 받침한다. 청하가 ‘알리비오’로 들려주고자 한 건 지난날에 대한 회한과 용기와 자신감으로 나아갈 강인한 내일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현재(13일 오전 11시 기준) 멜론에서 누적 감상 수가 약 2만 5000회이고, 누적 감상자가 약 1만 2000명이다. ‘땡스 포 더 메모리즈’는 누적 감상 수가 6,400여 명이고, 누적 감상자는 4,600여 명이다. 발매한 지 하루 밖에 안됐다고는 하지만 ‘벌써 12시’의 누적 감상자가 500만 명 이상이었다는 것을 떠올리자면 지금의 흐름은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청하는 특별한 존재였다. 가요계에 흔치 않은 포지션의 인기 여자 솔로 댄스 가수였고,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 멤버 중 2막을 가장 화려하게 시작한 이였다. 솔로 데뷔곡 ‘롤러코스터’부터 사랑받았고, ‘벌써 12시’는 지금도 회자되는 히트곡이다. 하지만 ‘벌써 12시’ 이후로 청하의 성적은 고요했다. 이것도 벌써 6년 전이다.
그 시기에 대중의 반응은 고요했지만, 청하의 내면은 어느 때보다 요동쳤다. 유학을 가려고도 했고, 자신에게 쓴소리 없는 주변 사람들을 보며 “무서웠다”고도 했다. 정상을 찍어본 자의 고뇌였고, 침체기를 겪은 자의 갈등이었다. 그렇게 청하가 “꼭 연예인을 하지 않아도 그건 직업일 뿐이지 내 삶이 아니다. 또 다른 삶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박재범은 청하에게서 계속 노래할 이유를 찾아줬다.(유튜브 ‘대세갑이주’ 발언 중)
청하는 모어비전에 합류하고 '이니 미니(EENIE MEENIE)'(2024.3), '헤어 다운(hair down)(remix)'(2024.7), '알고리즘'(2024.8), '무브 리무브(Move Remove)(with.이은미)'(2024.10), '크리스마스 프로미스(Christmas Promises)'(2024.12) 등 많은 싱글을 냈다. 하지만 이 중에서 ‘벌써 12시’ 같은 임팩트를 남긴 곡은 없었다.
그래서 더 전심을 다했을 ‘알리비오’는 안타깝다. 청하의 음악이 별로라서가 아니라, 시기를 놓쳐서다. 세월 앞에 반감된 기대치는 어찌할 요량이 없다. 하지만 청하가 계속 노래할 이유를 인기에 두지 않았다면 ‘알리비오’는 있는 그대로 의미 있는 앨범이다. 8트랙 속에 농밀하게 실은 청하의 마음과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충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