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다양성을 위한 YB의 몸부림 [뉴트랙 쿨리뷰]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ize 기자
2025.02.27 11:17
사진제공=디컴퍼니

편견은 종종 이성을 가로막는다. 헤비메탈은 시끄럽고 반지성적인 장르라는 생각은 헤비메탈에 대한 한국 대중의 오랜 편견이었다. ‘악마의 음악’이라는 종교적 왜곡까지 갈 것도 없다. 메탈 음악에 대한 부당한 편견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 사람들이 음악을 듣지 않고도 그 음악에 관해 판단해 버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헤비메탈은 그런 장르가 아니다. 되레 메탈은 사람마다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공격성과 분노를 생산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 음악이다. 또 좌절한 사람에겐 힘을 주고, 의지를 지닌 이의 열정은 북돋운다. 때론 무심코 지나친 내 주변을 함께 돌아봐줄 때도 있다. 헤비메탈은 만연한 편견과 달리 건강한 이성과 따뜻한 응원, 위로가 공존하는 장르다. 이번에 메탈 앨범 ‘Odyssey’ 들고 온 YB의 리더 윤도현은 밴드 공식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앨범은 한 사람이 외부의 고통, 억압을 돌파해 내고 스스로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콘셉트 앨범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이야기, 여러분의 이야기일 수도 있어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디컴퍼니

윤도현은 지난 17일 열린 앨범 음감회에서 이번 작품을 “단지 메탈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헤비메탈을 “내 안에 잠자던 꿈의 음악”이라고 표현했다. 하고 싶었지만 여건상 할 수 없었던 음악이라는 얘기겠다. 헤비메탈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보편적인 나라에서 그 고달픈 여건을 추측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였을까. 윤도현은 이번 프로젝트를 홀로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부담스러워할 줄 알았던 멤버들이 의외로 따라 주었고, 결국 YB 이름으로 내게 됐다.

윤도현은 어릴 때 듣던 클래식 메탈에 흥미를 잃어 한동안 이 장르를 멀리 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부류엔 아마도 자신이 출연한 영화 ‘정글스토리’에서 언급한 디오(Dio)나 YB가 ‘Sad But True’라는 곡을 공식 헌정한 80년대 메탈리카 등이 포함될 것이다. 그는 왜 올드 메탈을 끊었을까. 말 그대로 너무 ‘올드’하게 들려서? 아니면 이미 너무 많은 관련 거장들이 있고,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저들을 넘어설 수 없으리란 판단에? 나는 전자 쪽에 가능성을 둔다. 3년여 전 ‘Sad But True’에 가미된 브라스 세션이 대변하듯, 아무래도 윤도현의 성향은 AC/DC나 슬레이어처럼 한 가지 스타일만 추구하는 부류보단 90년대 이후 메탈리카처럼 진화와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쪽일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그런 성향을 펼칠 만한 캔버스를 2000년대부터 무주공산이 된 하위 메탈 장르들에서 발견한 것일지 모른다. 국내 언론들은 그걸 '하이브리드 모던 메탈'이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디컴퍼니

사실 윤도현의 헤비 록 사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가리지 좀 마’ 같은 곡에서 그는 고등학생 때 스래시/데스 메탈을 좋아했던 메탈키드로서 장르에 대한 사랑을 부분적으로 표현한 바 있고, 99년작 ‘한국 Rock 다시 부르기’에선 당시 유행했던 뉴 메탈 스타일을 힘껏 인용하기도 했다. 신해철처럼 헤비메탈이 목적지는 아니었을지언정, 적어도 “현실에서 벗어나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르여서” 좋아한다는 윤도현에게 헤비메탈이 ‘그냥 한 번 건드려보는’ 장르가 아닌 건 분명하다. 그가 이번 앨범에 ‘도전’이라는 전제를 붙인 건 한국인들의 헤비메탈에 대한 지나친 거부반응과 냉소 때문이지, 자신과 상관없는 장르에 뛰어들어보겠다는 초보자로서 의지 표현이 아니었던 것이다. 윤도현은 누구보다 메탈 음악의 속성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자신감도 있었던 듯 보인다. 이는 첫 트랙 ‘Voyeurist’와 마지막 트랙 ‘Daydream’에 숨어 있는 그루비한 기타 리프 훅과 타이틀 트랙 ‘Orchid’처럼 7분짜리 메탈 곡 하나를 짜임새 있게 뽑아낼 줄 아는 솜씨 등을 통해 촘촘히 증명되고 있다. 교실 헤드뱅잉 시퀀스가 정점을 찍는 ‘Rebellion’의 후련한 뮤직비디오에서도 윤도현의 메탈 사랑이 아낌없이 과시된 건 물론이다.

한국에서 헤비메탈은 변방의 장르다.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소수이고, 소수의 관심 아래 장르는 겨우 숨만 쉬며 버티고 있다. 작금 가요계에서 대중의 관심이란 오직 ‘빌보드 차트에 올라가는 아이돌 그룹’과 자기들끼리 경연하는 미스터/미스 트로트 가수들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장르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 장르들 사이 뚜렷한 양극화가 건강한 음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내일,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미키 17’이 개봉한다. 봉 감독의 데뷔작은 32년 전 단편영화 ‘백색인’이다. ‘백색인’은 요즘말로 ‘다양성’ 영화였다. 예술적 다양성의 보장이 세계 거장을 낳은 셈이다. 음악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그 다양성 확보에 일조하려 몸부림이라도 쳐준 윤도현과 YB에게 고마운 건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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