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카이, 내면에서 길어 올린 리얼 섹시 [뉴트랙 쿨리뷰]

한수진 ize 기자
2025.04.22 16:34
카이 / 사진=SM엔터테인먼트

공백은 카이에게 정체성을 되묻는 시간이었고, 지난 21일 발매한 미니 4집 ‘Wait On Me(웨이트 온 미)’는 그 질문에 대한 자답이다.

카이는 이제 감정의 결을 따라 리듬을 만들고 그 움직임을 감각화한다. 서두르지 않는 리듬, 절제된 섹슈얼리티, 그리고 한층 성숙해진 감정의 밀도. 이 앨범은 기다림 이후, 그리고 진짜 카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공백을 단순한 멈춤이 아닌 차오름의 시간으로 만든 카이다.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 곡 ‘Wait On Me’는 말 그대로 ‘기다림’에 관한 곡이다. 그러나 이 기다림은 수동적인 정체가 아닌, 서서히 몰입해가는 정적인 열기다. 아프로비츠 특유의 분절된 타악기 리듬은 미묘하게 끈적하고, 신스 스트링의 긴장감은 서서히 감정을 끌어올린다. 곡이 폭발적인 클라이맥스로 치닫기보다는 점층적으로 무드를 조여가는 방식은, 일종의 감각적인 전희에 가깝다. 카이의 보컬 역시 이 흐름을 정교하게 따라간다. 고음에 집착하지 않고, 낮은 호흡과 음색의 질감으로만 감정의 곡선을 그려낸다.

그의 목소리는 기술적인 화려함보다 감각적인 여운에 집중한다. 특히 “Wait on me 날 안고 싶어도 / Wait on me 서두를 필요 없어”라는 후렴구의 반복은 단순한 주문처럼 들리다가도, 카이 특유의 음색과 발성으로 인해 감정의 여운으로 확장된다. 기다림은 곧 그의 언어이고, 리듬이고, 음악 그 자체가 된다.

카이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이 곡의 진가는 퍼포먼스에서 절정에 달한다. 세계적인 안무가 셰이 라투콜란을 비롯해 바다리, 제이릭과 함께 만든 안무는 리드미컬한 해석의 집합체다. ‘Wait’라는 단어를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형상화한 안무는 곡의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시각화한다. 카이의 동작은 절제돼 있지만 날카롭고, 섬세하면서도 폭발적이다. 특히 댄스 브레이크 구간에서의 퍼포먼스는 ‘월드 클래스 퍼포머’라는 수식어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이때 카이의 움직임은 단순히 몸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리듬과 대화한다. 박자를 하나씩 뜯어내어 몸에 새기고 다시 하나의 움직임으로 압축해 낸다. 그는 춤을 통해 음악의 리듬을 해석하고, 그것을 감정으로 번역할 줄 아는 사람이다. 덕분에 관능은 과시가 아닌 서사로 작동한다.

이번 앨범을 듣고 있으면 마치 오랜 시간 땅 아래 묻혀 있던 뿌리가 서서히 자라 땅 위로 올라오는 감각이 든다. ‘Wait On Me’ 비롯해 수록곡 전반에서 섹슈얼한 느낌을 깊고 단단하게 뻗어낸다. 카이는 지난날 “어떤 모습이 나인지 혼란스러웠다”고 고백했다. 과거에 자신이 만들어온 ‘카이’라는 이미지가 진짜 자신인지, 혹은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스스로 각인시킨 자아인지 혼란스러웠던 시간.

‘Wait On Me’는 그 혼란의 시간을 견디고, 침묵 속에서 천천히 정체성을 되새긴 결과물이다. 그리고 그 고요한 탐색 끝에 도달한 자리는, 단순한 콘셉트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의 섹슈얼리티, 즉 타인의 시선을 흉내 낸 욕망이 아닌 내면에서 길어 올린 감각으로 완성한 욕망의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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