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는 대체불가 아이콘이다. 가수로서, 또 배우로서,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그는 시대를 넘나들며 한국 대중문화를 풍미한 별 중의 별이다. 무엇보다 팬들에게서 멀어진 적 없는 ‘현역 톱스타’다. 그런 그가 ‘경단녀(경력단절 여성)’라는 시대적 화두를 던지는 드라마들로 행보를 이어가며 눈길을 끌고 있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엄정화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메시지를 웃음과 공감으로 전달하며 “역시 엄정화”를 외치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니TV 오리지널 ‘금쪽같은 내 스타’(극본 박지하, 연출 최영훈)에서 경력단절 톱스타의 이야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작인 ‘닥터 차정숙’(2023)에서 임신과 결혼으로 인해 레지던트를 마치지 못하고 전업주부로 산 지 20년 만에 다시 레지던트 1년차에 도전한 스토리를 펼친 데 이어 또다시 경력단절 주인공이다. 그러나 경력단절의 충격은 이번이 훨씬 크다.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 엄정화는 국민 첫사랑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톱스타 임세라였는데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받은 날 교통사고를 당하고, 눈을 떠보니 25년이 흘러 하루아침에 평범한 중년이 된 인물이다. 임세라를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본명 봉청자로 살게 된 주인공은 배우 경력이 단절됐을 뿐 아니라 사고로 인한 기억상실과 25년 세월까지 삭제됐으니 그 충격이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당연히 봉청자의 좌충우돌 소동극이 드라마의 초반을 끌어가는 원동력이었고, 원맨쇼에 가까운 엄정화의 활약이 주축이 됐다. 어찌 보면 그리 새롭지 않은 상황과 전개일 수 있었는데, 엄정화 특유의 매력과 능청스러우면서도 편안한 연기가 시청자들로부터 의구심을 거둬내고 마음을 활짝 열게 했다. 재밌는 건 기본이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엄정화의 코믹 연기는 봉청자를 열렬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환호받는 건 봉청자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단역배우부터 시작하며 재기에 도전했다는 사실이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톱스타 임세라였던 영광스러운 기억에만 갇혀 있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발걸음인데, 봉청자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막장 같은 일일드라마에 단역인 가정부 역으로 출연하는 기회를 얻어 다시금 자신의 길을 개척해 박수받고 있다. 그런 봉청자를 엄정화가 섬세하게 그려내며 안방팬들의 마음에도 용기와 결의가 깃들게 만들고 있다.
물론 봉청자가 새롭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다. 25년 전 꿈꾸던 ‘칸의 여왕’ 타이틀을 당시에는 발치에도 따라오지 못하던 고희영(이엘)이 차지한 지금 눈앞의 현실이 봉청자의 마음을 다지게 했다. ‘닥터 차정숙’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엄정화는 잃어버린 꿈을 향해 새롭게 도전하는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선배 배우의 갑질로 뺨 맞는 장면을 수차례나 찍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단역배우라는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고 순순히 촬영에 임하는 봉청자의 모습은 눈물겨웠다. 그러다가 비중이 커지며 일일극의 막장 엔딩을 장식하는 캐릭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은 코믹한 설정이 주는 웃음뿐 아니라 봉청자가 느낄 보람과 성취감으로 대리만족까지 선사했다. 더욱이 다양한 감정선으로 팬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엄정화의 단짠 연기는 코믹 연기라는 두 단어로만 다 설명하기 어려운 깊이와 진정성을 전달하며 봉청자를 향한 시청자들의 애정을 더욱 북돋웠다.
지난 2010년 갑상선암 수술 후 8개월간 성대 마비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기간이 엄정화의 경단녀 연기를 더욱 진정성 있게 만드는지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엄정화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멈춤과 단절을 경험한다. 스타이든, 평범한 직장인이든, 가정주부든, 누구든 말이다. 다만 그다음 어떤 선택으로 어떤 발걸음을 내딛느냐가 우리를 달라지게 한다. 엄정화는 자신의 인생을 통해, 그리고 최근의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고 있다.
사실, 경력단절이라는 소재는 현실적으로 다가가자면 한없이 힘겨운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금쪽같은 내 스타’는 무겁지 않고 친근하면서도 유쾌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적 특성에 독보적인 엄정화의 매력이 더해진 덕분이다. 엄정화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뿜어내 시청자들로 하여금 망가진 듯하지만 편안하고 인간미 있는 봉청자에게 푹 빠져들게 만들며 봉청자의 인생 2막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엄정화는 인생 2막의 가능성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또한 봉청자의 재기 이야기를 통해 ‘다시 일어선다’는 결의뿐 아니라 ‘다시 사랑 받는다’는 희망을 꿈꾸게 하고 있다. 다시금 스타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을 뿐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 한 남자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게 한다. 이미 남자주인공 송승헌과 자연스러운 티키타카가 구현되는 가운데 앞으로는 더욱 흐뭇한 러브라인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다.
나아가 엄정화가 걷는 길을 응원하게 된다. 언제나 대중에게는 현역 톱스타이지만, 언제나처럼 소탈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언제든 꿈꾸고 도전하는 엄정화가 되어 우리 모두의 희망이자 위로가 되어주길 바라게 된다. 엄정화는 드라마 제목 그대로 ‘금쪽같은 내 스타’다.
조성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