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5개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던 알렉세이 나발니가 치명적인 독극물에 중독돼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5개국 외무부는 14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2년 전 수감 중 사망한 나발니의 검체를 분석한 결과 "에피바티딘의 존재가 결정적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에피바티딘은 러시아의 지구 반대편 남미에 사는 독화살개구리의 피부에서 추출되는 독소로, 러시아에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라고 공동 성명은 지적했다.
5개국은 러시아가 국제법과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반복적으로 무시해왔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이번 사건은 생물·독소무기금지협약(BTWC) 위반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나발니를 위협으로 여겼다"며 "독극물을 이용해 러시아는 국가로서 동원할 수 있는 비열한 수단과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압도적 공포를 드러냈다"고 규탄했다.

러시아 야권운동의 '원톱'으로 꼽히던 나발니는 수년 동안 러시아에서 반부패 운동을 이끌어왔다. 푸틴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연 데 대해서도 쿠데타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결국 러시아에서 극단주의 활동을 선동한 혐의로 징역 19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2024년 2월 북극권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푸틴 대통령의 연임이 거의 확정적인 러시아 대선을 약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나발니는 2020년에도 톰스크 공항에서 따뜻한 홍차를 사서 마신 뒤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의식을 잃은 바 있다. 나발니 측은 홍차에 독극물이 들어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나발니와 관련한 언급을 할 때도 이름 대신 '그 사람', '블로거' 등으로 칭할 정도로 나발니에 적대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간 러시아는 나발니가 산책 후 몸이 불편해졌고 자연사했다면서 타살 의혹에 대해 "서방의 광기 어린 주장"이라며 반박해왔다.
과거 푸틴 정권의 눈엣가시로 찍혔던 인사들이 의문사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 2006년 11월 러시아 연방보안부 요원이었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영국에 망명한 뒤 런던의 한 호텔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이 든 차를 마친 뒤 3주 만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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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 부총리를 역임했던 야권 인사 보리스 넴초프는 2015년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2013년엔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지목돼 영국으로 망명했던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좁스키가 자택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는 의혹에 휩싸인 재벌 파벨 안토프는 인도 라야가다의 한 호텔에서 생일 축하 파티를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진 채 발견됐다. 호텔 창문에서 추락한 듯한 모습이었다.
같은 해 러시아 에너지 재벌 라빌 마가노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낸 지 6개월 뒤 병원 창문에서 추락사한 상태로 발견됐다.
2023년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일으킨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은 전용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비행기가 추락해 사망했다. 수많은 관측통들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푸틴의 처벌이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