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판도라 행성으로 떠날 시간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판타지 블록버스터 시리즈 ‘아바타’가 3년 만에 극장가를 찾아온다. 그동안 극장을 찾는 관객 수는 줄었고, 극장에서 ‘꼭 봐야 할 영화’만 고르는 선택적 관람의 시대가 도래했다. 2025년 연말에 찾아온 ‘아바타: 불과 재’(이하 ‘아바타 3’)는 이 시리즈의 기조대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묻는 영화다. 덧붙여 극장이 살아남는 길을 분명히 제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바타 3’를 보면 앞으로 극장의 길은 (좋든 싫든) 체험형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든다.
‘아바타 3’의 이야기는 2편과 이어진다. 전편에서 하늘의 사람들(인간들)의 공격으로 장남 네이티얌을 잃은 제이크 설리 가족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제이크와 네이티리 부부는 가족의 일원인 인간 소년 스파이더가 여전히 위험 요소라는 걸 깨닫고 또다시 여정에 오른다. 그들 앞에 새로운 나비족인 재의 부족이 등장해 위협을 가하고, 제이크와 가족을 잡으려는 쿼리치 대령의 추격전도 다시 시작된다.
‘아바타 3’은 이번에도 시리즈 특유의 압도적인 볼거리와 영화적 체험을 제공하는 데 충실하다. 초반부에 관객의 시선을 휘어잡는 광경은 하늘 부족인 틸라림족 ‘바람 상인’의 등장이다. 이들은 거대한 해파리를 닮은 생명체 ‘메두소이드’를 타고 판도라 상공을 누비며 물자와 소식을 전달하는 유목 상인들이다. 오묘한 빛깔의 메두소이드와 실크로드 유랑 상인들에게 영감을 받아 탄생한 바람 상인이 화면에 나타나는 순간, 관객은 다시 한번 판도라의 경이로움에 압도될 것이다.
예고편을 통해 이미 여러 번 봤겠지만 ‘아바타 3’에선 새로운 악역인 재의 부족, 망콴족을 이끄는 바랑(우나 채플린)이 등장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랄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카리스마를 풍기는 캐릭터다. ‘악역이 거기서 거기겠지’라고 생각했다면 마녀에 가까운 바랑의 행동과 표정 하나하나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랄 수도 있다. ‘아바타 3’의 강력한 장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바랑 캐릭터다.
‘아바타’ 시리즈는 극장에서 다양한 상영 포맷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아바타 3’은 SCREENX, 4DX, ULTRA 4DX, IMAX, Dolby Atmos 등 특별 상영관 모든 포맷에서 3D 버전으로 상영된다. 3D 효과를 염두에 두고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3D 관람을 추천한다. 특히 불꽃과 재가 흩날리는 3편의 핵심 연출은 3D 환경에서 입체감이 극대화된다.
여러 장점과 볼거리로 꽉 채워진 ‘아바타 3’지만 이야기와 구성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다. 2편에서 숲의 부족을 떠나 바다 부족을 찾아갔던 설리 가족은 3편에서도 여전히 멧케이나 부족과 함께 적과 맞선다. 쿼리치 대령의 아들인 스파이더가 다시 붙들리는 설정, 대령이 부족들을 압박하는 장면, 그리고 적진과 바다에서 인간들과 벌이는 전투 중 일부는 2편과 유사해 전편과 다른 진행을 기대했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이르면 영화가 퍼붓는 시청각 총공세에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된다. 판도라의 부족들이 결집해 ‘하늘의 사람들’에 맞서는 장면은 ‘반지의 제왕’에 비견될 만큼 웅장하다. 주요 캐릭터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은 악역조차도 눈물겨울 정도다. 특히 이번 편에서 베일을 벗는 ‘위대한 어머니’의 형상은 그 자체로 시리즈의 정점을 찍는다.
‘아바타’ 시리즈는 3편으로 한차례 매듭을 짓는다. 2편부터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니 4편이 제작된다면 주인공은 제이크 설리에서 아들 로아크가 중심인 이야기로 새롭게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아바타’ 시리즈가 계속 나왔으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아직 등장하지 않은 나비족과 외계 생명체들은 보고 싶지만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탐욕은 그만 보고 싶다고 답하겠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다음 시리즈 제작은 3편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고 밝힌 만큼, 일단 흥행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3’를 공개하며 “AI가 배우를 대신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바타’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배우의 움직임을 넘어 얼굴 표정과 세밀한 감정선까지 디지털로 옮겨내는 ‘퍼포먼스 캡처’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첨단 기술의 정점에 서 있는 제임스 카메론의 역작은, 역설적이게도 AI 시대에 영화와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중요한 해답을 제시한다. 인간성의 본질을 고민하며 인간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과 표현을 담아낸 이 시리즈를, 우리가 단순한 오락 영화 이상의 가치로 읽어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유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