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코리아', 승부수는 현빈과 정우성의 배역 뒤집기 [드라마 쪼개보기]

정유미(칼럼니스트) 기자
2025.12.29 10:50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가 1,2화 공개되었다. 1970년대 중앙정보부 요원 백기태(현빈)와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대결을 다룬 시대극으로, 첫 화에서는 일본항공 351편 납치 사건을, 두 번째 화에서는 마약 범죄 수사극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우민호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개인의 욕망과 권력에 맞서는 신념을 집요하게 그려내며, 두 주연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비트는 연기 대결이 관전 포인트다.
/사진=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제목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야심이 느껴지는 드라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되는 올해 마지막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가 베일을 벗었다. 1,2화가 공개되었을 뿐인데도, 드라마를 보는 내내 첫 드라마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과 첫 OTT 드라마에 도전한 주연배우 현빈과 정우성 세 사람의 이름값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격동의 1970년대를 배경으로 중앙정보부 요원과 검사의 대결을 다룬 시대극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감흥을 선사할지 기대감이 커진다.

‘메이드 인 코리아’ 1화와 2화는 주인공 백기태(현빈)와 장건영(정우성)이 차례로 등장한다. 현빈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1화 ‘비즈니스맨’은 1970년에 일어났던 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 ‘요도호 납치 사건’을 다룬다. 공교롭게도 지난 10월에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 영화 ‘굿뉴스’와 같은 소재를 다뤘다. ‘굿뉴스’가 실제 사건을 정치 풍자 블랙 코미디로 풀었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는 이 사건을 진지한 드라마로 그리면서 현빈을 사건 속 ‘내부자’로 등장시킨다.

극 중에서 비즈니스를 위해 후쿠오카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백기태는 직업적 기지를 발휘해 비행기를 납치한 일본 적군파를 회유하고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일어난 극적인 ‘하이재킹’ 실화 사건을 극 안으로 끌어들여 드라마 첫 화부터 무게감을 키운다. 하이재킹 영화의 주인공처럼 시원한 액션도 보여주고, 사건을 깔끔히 해결하는 백기태의 활약상에 이어 마지막에 그의 소속과 직함이 나온다. 1회 전체가 백기태의 자기소개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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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또 다른 주인공 장건영 검사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마약과 연루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마약을 파는 폭력 조직 ‘만재파’를 잡으려는 부산지검 장건영 검사와 부산지방검찰청 장건영 검사실 소속 수사관 오예진(서은수)의 팀플레이가 전개된다. 초반 에피소드는 마약 밀매가 성행하던 1970년대 부산을 배경으로 한 마약 이야기여서 우민호 감독의 영화 ‘마약왕’(2018)이 떠오른다. 마약 범죄 수사극으로 진행되는 2회는 권력이나 진급에 관심 없고 오로지 정의를 좇는 만년 평검사 장건영에 대한 소개 그리고 두 주인공의 첫 만남과 첫 승부를 담았다.

‘메이드 인 코리아’ 1,2회는 단순한 인물 소개에 그치지 않고 각각 굵직한 에피소드를 한 회에 완결성 있게 다뤘다. 우민호 감독이 “이전에 찍었던 작품 이상의 완성도가 있길 바라며 매 에피소드를 영화 찍듯이 찍었다”고 밝힌 것처럼 마치 영화 한 편씩을 보는 기분이 든다. 감독의 의도가 적중했다. 하이재킹과 마약 범죄 수사극, 다른 장르처럼 흐르던 드라마가 정치극으로 꿰어지다가 2화 후반부에 서스펜스 스릴러로 변모할 때 쾌감이 펑 하고 터진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백미는 현빈과 정우성의‘역할 체인지’다. 현빈은 영화 ‘협상’에 인질범 역할을 맡아 악역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공조’ 시리즈의 임철령, ‘역린’의 정조, ‘하얼빈’의 안중근 등 주로 강직하고 신념 있는 역할이 대중에게 각인되었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부와 권력을 거머쥐려는 욕망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며 악인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정우성은 대표작 ‘더 킹’(2017)의 악역 검사와 정반대인 정의로운 검사를 연기한다. 마냥 차분하고 선한 성격이 아니라, 때에 따라 과장된 연기와 웃음소리를 구사할 줄 아는 능수능란한 인물이어서 캐릭터의 개성이 도드라진다. 자신들의 기존 이미지와 필모그래피를 절묘하게 비트는 두 배우의 팽팽한 접전이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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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연배우 외에도 눈에 띄는 배역과 배우도 여럿이다. 백기태가 접선한 야쿠자 조직의 실세인 최유지(원지안), 만재파 부두목 강대일(강길우), 백기태의 동생 백기현(우도환), 부산 중앙정보부 총책임자 황국평(박용우)과 표과장(노재원) 등 다채로운 조연진의 면면도 기대를 모은다. 2회에선 장건영 검사를 돕는 부산경찰청 오예진 수사관 역을 맡은 서은수가 극에 웃음과 활기를 불어넣는 연기로 이목을 끈다. 추후 에피소드에선 고급 요정 마담 배금지(조여정), 대통령 비서실장(정성일), 1화에서 언급된 야쿠자 조직의 보스 이케다 오사무(릴리 프랭키)가 등장해 이야기를 넓힐 예정이다.

우민호 감독은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또다시 개인의 욕망과 권력의 민낯을 들춰낸다. 영화 ‘내부자들’(2015), ‘마약왕’(2018), ‘남산의 부장들’(2020)에서 다뤄온 주제들과 연장선에 놓인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이번 드라마도 실화를 기반으로 시스템에 속한 개인이 무엇 때문에 권력에 대한 욕망을 품는지, 신념을 가진 개인이 어떻게 권력에 맞서는지를 두 주인공을 통해 집요하게 그려나간다. 그렇다고 동어반복처럼 보이진 않는다.

“지금까지 작품 중에 가장 재미있게 촬영했으며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우민호 감독이 밝힌 것처럼 전작들과 다른 재미가 감지된다. ‘최종병기 활’, 김한민 감독의 ‘명랑’ 3부작의 김태성 촬영감독이 참여해 감독 특유의 정적인 연출에서 벗어나 역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고,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남산을 배경으로 한 중앙정보부를 부산지부로 설정한 것도 신선하다. 지금까지 남성 캐릭터들 중심으로 작품을 이끌던 감독이 여성 캐릭터들에 주목하게 만든 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음악(조영욱)과 미술(김보묵)이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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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메이드 인 코리아’를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확신할 순 없다. 배우들의 연기에 적응하기까지 예열 시간이 약간 필요하고, 일부 장면은 과도한 분위기 때문에 작위적인 연출로 느껴지기도 한다. 예상 가능한 전개가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하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인물 관계와 깊숙한 이야기가 궁금한 시청자를 드라마 속으로 이끈다.

6부작 ‘메이드 인 코리아’는 오는 12월 31일 3회와 4회, 1월 7일 5회, 1월 14일 마지막 6회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다음 시즌을 외치기도 전에 시즌 2 제작을 확정하고 2026년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현재 촬영 중이다. 그때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이 드라마를 즐겨보자. 과연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제목에 걸맞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지, 제작진의 어깨가 꽤 무거울 듯하다.

정유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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