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에는 늘 비교가 따라붙는다. 같은 시간대에 공개되는 작품, 비슷한 위치에 놓인 배우와 가수, 한 장르 안에서 보여주는 다른 선택, 한 인물이 만들어낸 색다른 얼굴까지.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VS'를 떠올리며 보고 듣고 말한다. 이 코너는 이런 비교를 출발점 삼아 '차이'가 어떤 재미와 의미를 낳는지를 살핀다. 같은 판에 놓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각각의 방식과 매력을 면밀히 짚는다. <편집자 주>
걸그룹 아이브(IVE)가 지난 23일 정규 2집 'REVIVE '(리바이브 플러스)를 발매했다. 타이틀은 'BANG BANG'(뱅뱅)과 'BLACKHOLE'(블랙홀) 두 곡이다. 아이브는 이 상반된 두 트랙을 통해 팀의 성장 궤적과 음악적 완성도를 동시에 입증한다.
선공개했던 'BANG BANG'이 직선적인 리듬과 빠른 전개로 현재의 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BLACKHOLE'은 시네마틱한 사운드와 응축된 정서를 통해 팀의 내적 변화를 담아낸다. 서로 다른 결의 두 곡은 하나의 서사를 공유하지 않으면서도 아이브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즉각적인 추진력으로 단숨에 귀 사로잡는 'BANG BANG'
'BANG BANG'은 선공개곡답게 시작부터 밀어붙인다. 전자음이 앞에서 끌고, 직선적인 비트가 뒤에서 받친다. 후렴은 반복을 무기로 삼는다.
가사는 공격적이다. 소문과 문제, 시선을 직접 언급한다. 이를 정리하거나 해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I don't give a 쉿!"이라는 문장을 반복하며 평가의 프레임을 스스로 걷어낸다. 아이브는 외부의 시선을 부정하지 않는다. 대신 그 위에서 속도를 높인다.
이 곡은 감정선을 세밀하게 쌓지 않는다. 대신 밀도와 타격감으로 노래를 완성한다. 퍼포먼스와 결합했을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설계다. 'BANG BANG'은 아이브가 여전히 가장 빠른 방식으로 대중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팀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인터스텔라' 연상시키는 시네마틱한 분위기의 'BLACKHOLE'
'BLACKHOLE'은 다른 선택을 한다. 속도를 낮추고 공간을 만든다. 셔플 리듬 위에 얹힌 사운드는 넓게 펼쳐진다. 귀를 붙잡기보다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가사는 과시보다 지속에 가깝다. 불꽃, 상처, 다시 움직임 같은 이미지들이 반복된다. 한 번에 뛰어오르는 서사 대신 버티고 지나온 시간을 전제로 한다. "간직해왔던 불꽃" 등의 표현은 화려함보다 유지에 무게를 둔다.
중반 이후 시선은 '나'에서 '너'로 이동한다. 자기확신으로 시작한 문장은 동행의 언어로 바뀐다. 성취를 혼자 완성하는 대신 관계 안에서 확장한다. 보컬 역시 힘을 과시하지 않고 정제돼 있다.
확산과 집중의 밸런스
'BANG BANG'은 외부와의 접점을 유지하고(대중지항적인), 'BLACKHOLE'은 내부의 정체성을 정리한다. 전자는 확산을 지향하고, 후자는 집중을 선택한다.
중요한 점은 이 두 방향이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팀이 이 지점에서 일관성을 잃지만 'REVIVE '에서는 역할이 명확하게 분리돼 있다. ‘BANG BANG’은 앨범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BLACKHOLE’은 앨범의 중심을 고정한다. 이 구조 덕분에 앨범 전체의 균형이 유지된다.
이번 앨범의 핵심 변화는 메시지의 방향에 있다. 초기 아이브가 '자기 증명'에 집중했다면 'REVIVE '에서는 관계와 연결로 시선이 이동한다. 'BLACKHOLE'은 이러한 전환을 가장 밀도 있게 담아낸 트랙이고 'BANG BANG'은 유연하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