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K입니다', K-컬처 탐구의 첫 단추 [예능 뜯어보기]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4.16 08:00
tvN은 지난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2부작 보이스 다큐멘터리 '나는 K입니다'를 선보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2026년 현재 전 세계적인 문화유행인 K의 본질을 보이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루었으며, 출연자들의 목소리로만 채워졌다. 1편에서는 K의 장본인들이 전 세계 K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2편에서는 전 세계 K 애호가들이 창작자들에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변우석, 사진출처='나는 K입니다' 방송 영상 캡처 

‘나는 K입니다.’

여기서 ‘K’는 무엇일까. 여러 표현이 떠오른다. 흔히 우리가 ‘1000배’를 표현하는 ‘킬로미터(km)’ ‘킬로그램(kg)’의 ‘K’가 떠오른다. 원소기호 ‘K’로 칼륨 또는 ‘절대온도’라는 뜻의 켈빈도 떠오른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어떨까. 전광판, 관중들의 스케치북에 ‘K’가 잔뜩 붙었다면, 그 경기의 투수가 삼진을 많이 잡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K-Style’ ‘K-Culture’로 범위가 넓어진다면 많은 사람들, 심지어는 많은 지구촌의 사람들이 하나의 범주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바로 한국문화, 한류, 한국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대중문화 코드의 집합체, ‘Korean Style’과 ‘Korean Culture’. ‘K’는 이 시대, 그렇게 통용되고 있다.

tvN에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하나 선보였다. 지난 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선보였던 2부작 보이스 다큐멘터리 ‘나는 K입니다’. 2026년 현재 전 세계적인 문화유행 중의 하나인 ‘K’의 본질을 ‘보이스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으로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프리젠터나 내레이터 등 작품을 이끄는 한 명의 목소리가 있는 기존 다큐멘터리와 달리 ‘보이스 다큐멘터리’는 출연자들의 목소리로만 채워졌다.

전개도 독특했다. 총 2부작으로 내용을 나누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1편은 ‘K’의 장본인들이 전 세계 ‘K’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2편에서는 그 반대로 전 세계 ‘K’ 애호가들이 배우와 가수, 감독 등 창작자들에게 질문하는 방식이다. 그 캐스팅도 화려했다.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 ‘시그널’ 시리즈의 김은희 작가, ‘오징어 게임’의 배우 이정재와 임시완, 영화 ‘기생충’의 최우식과 장혜진이 등장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사진='나는 K입니다' 방송 영상 캡처 

여기에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변우석과 ‘폭군의 셰프’ 임윤아와 이채민, ‘태풍상사’의 김민하와 이준호. 가수로는 선미, 에이티즈, 투어스, 이즈나, 피원하모니 등 총 43명의 아티스트가 등장했다. 그 반대편의 인물로는 ‘개미’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제임스 A. 로빈슨, 영화 예술 과학 아카데미 회장을 역임한 자넷 양 등이 통찰력을 가지고 ‘K’를 바라보는 인사이트를 보여준다.

오가는 질문은 그동안 많은 토론과 분석이 이뤄졌던 ‘K Culture’의 개괄적인 부분부터, 평소 팬미팅에서나 나올 법한 작고도 세밀한 질문도 있다. 예를 들면 ‘한국 드라마의 키스장면은 왜 그렇게 늦게 등장하나요’ ‘한국의 좀비는 왜 그렇게 빨리 달리나요’ ‘한국 아이돌 가수들은 어떻게 그렇게 미소를 유지하나요’ 등이다. 결국 다큐멘터리는 소소한 질문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사람들의 말을 엮어 분야별로 한국 대중문화의 원류를 분석하고 다른 문화와 다른 ‘K Style’의 뿌리를 찾는다.

일단 그 데이터의 방대함에 놀랐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와 전 세계에 뿌리를 내린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지부들이 30개국 2만 7400여 명의 질문을 모았다. 하지만 제작진의 부지런함도 있었다. 빌보드의 제프 벤자민 기자나 브라더스 엔터테인먼트의 전 대표 개리 M. 분, 버클리음악대학 전 총장인 로저 H. 브라운 그리고 전 세계 팬들의 이야기를 담은 발품은 빼놓을 수 없다. 결국 ‘보이스 다큐멘터리’는 많은 목소리가 일정 수준의 경향성을 보여 보편성을 확보할 때 신뢰성이 올라간다.

그리고 ‘K Style’을 장르별로 분석해냈다는 부문도 인상적이다. 같은 ‘K’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엄연히 한국 영화와 한국 드라마, 한국 음악은 다른 스타일을 보인다. 자본에 의해 분화된 계급성을 탐구하는 한국 영화, 자상하고 섬세한 모습과 자신의 고통과 아픔도 쏟아내는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 그리고 완벽성과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가수는 서로 다른 부분에서 특이성을 확보한다.

사진제공=tvN

그러나 일각의 지적과도 같이 기본적으로 정부의 조사를 기반으로 했기에 ‘K Style’의 성공 요인에 집중한 나머지, 한국 문화의 압축성장 뒤에 가려진 그림자를 다루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그런 부분을 말해줄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균형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찬란한 조명 위의 피사체 만큼이나 그 화려함을 만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있는 다른 쪽의 모습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오히려 그런 쪽을 다루는 것이 더욱 폭넓은 인사이트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나는 K입니다’가 보여주는 ‘K Style’의 모습은 뭉뚱그리면 이렇다. ‘K’는 완벽함을 추구하고 욕심이 많지만, 치유를 주고 다정하다. 계급성에서 비롯되는 세계 외부의 문제나 삶에 있어 다가오는 여러 상황을 가감 없이 담고 표현하는 솔직한 콘텐츠다. 완벽하면서도 나를 이해해주고 함께 공감해줄 수 있는 콘텐츠는 전 세계의 수용자들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발전에 대한 강박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그치는 ‘K’. 그 모습에 인류는 찬사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K입니다’의 시도가 이번으로 그치지 말고, 더욱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금 더 장르를 세분화해 ‘K-Movie’ ‘K-Drama’ ‘K-Pop’ ‘K-Beauty’ 등으로 나눠도 좋을 것 같고, 시대에 따라 통찰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게 아니라면 ‘K’의 화려함 뒤에 우리가 돌아봐야 하는 냉정한 문제를 고찰하는 것도 좋다.

‘K’는 우리가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세월을 추앙하고, 찬사를 보내던 대한민국의 자부심 중 하나였지만 누구 하나 그 성격을 매끄럽게 구현해내는 시도는 없었다. 그 마중물로서 ‘이러한 인사이트도 있다’고 보여주는 ‘나는 K입니다’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달리며 앞을 내다보는 만큼, 우리가 무슨 모습을 달리고 있고 우리는 어떤 발자국을 남겼는지도 중요하다. ‘K’는 어쩌면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신윤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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