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홀. 5인조(마틴, 제임스, 주훈, 성현, 건호) 코르티스(CORTIS)가 데뷔 쇼케이스를 열었다. 코르티스는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빅히트뮤직이 내놓은 신인 보이그룹. 앞서 7일 새벽 0시를 기해 먼저 발표된 팀명 코르티스는 ‘COLOR OUTSIDE THE LINES’(선 밖에 색칠하다)에서 알파벳 여섯 글자를 불규칙하게 가져와 만든 이름으로 알려졌다. ‘세상이 정한 기준과 규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고한다’라는 뜻이라나…. 꿈보다 해몽이니까.
타이틀 곡은 사이키델릭 록 풍의 ‘왓 유 원트’(What You Want)였다. 당시 이들은 "우린 비빔밥 같은 팀이다. 곡 혹은 뮤직비디오 작업 시 다양한 색깔의 재료를 조화롭게 뭉쳐내 결과물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탄의 후예들’이라는 프리미엄으로 일단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작이 역시 1년에 수십 팀씩 쏟아지는 비슷비슷한 아이돌 그룹들의 처음과 그리 다를 건 없어보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10개월이 흘렀다. 채 1년도 안 지났다. 그런데 코르티스의 위상은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다. 빨라도 이렇게 빠른가 싶을 정도로 성장세가 가히 압도적이다.
지난 5월 4일 미니 2집 ‘그린그린’을 발매했는데 이게 나흘 만에 200만 장이 팔리고 2주일 만에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올랐다. ‘그린그린’이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3위에 랭크됐다. 당연히 이들의 차트 최고 성적이었고 지난해 데뷔 앨범 ‘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스’의 15위보다 5배나 높이 치솟은 결과였다.
이후 일주일이 멀다 하고 각종 기록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5월 31일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2026년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뽑혔다. 포브스는 ‘영크크’(영크리에이터 크루)라 불리는 코르티스의 음악은 물론 안무와 영상 콘텐츠 등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30인에 포함된 한국인 중 최연소이자 유일한 K팝 그룹이었다. 코르티스는 제임스(21세)를 제외하곤 모두 10대다. 마틴과 주훈이 올해 18세, 성현과 건호가 17세다.
6월 10일엔 일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일본 레코드협회에 따르면 ‘그린그린’이 현지 출하량 10만 장을 넘겨 골드 디스크 인증을 받았고, 일본 오리콘 데일리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뮤직비디오도 난리가 났다. ‘그린그린’의 수록곡 중 ‘아사이(ACAI)’ 뮤직비디오의 조회수가 1000만회를 돌파했다. 지난 5월 초 하이브 채널에서 최초 공개된 지 불과 한달 만이고, 타이틀곡 ‘레드레드’에 이어 두 번째였다.
‘아사이’는 코르티스가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아사이볼을 소재로 한 곡이다. 아사이볼은 브라질 아마존 원산의 아사이베리를 갈아 스무디처럼 만든 베이스에 과일이나 견과류 등을 얹어 먹는 디저트를 말한다. 10대다운 취향을 자유롭게 곡에 녹였다. "벌컥 벌컥, 땡겨 땡겨", "내가 많이 좋아해, 어 어 아사이" 등 느끼고 체험한 그대로의 가사가 눈에 띈다. 모두가 곡 작업에 힘을 보탰고 특히 마틴과 성현은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코르티스가 이처럼 빠르게 호응을 얻은 데에는 3가지 정도의 차별점 덕분으로 풀이된다.
첫째는 소년미가 풋풋한데도 무대 퍼포먼스만큼은 ‘오빠’ 같은 힘과 카리스마가 넘친다는 점이다. BTS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데뷔 초에 그랬듯이 이들도 10대의 감성에 맞추되, 절제된 안무 등으로 ‘성인 남성’ 같은 강인함도 보여주고 있다. 거창한 세계관 대신 10대들이 공감할 노랫말과 이야기로 그들과 같은 또래의 팬덤인 코어(코르티스 팬덤명)의 지지를 얻고 있다. 소년미를 잃지 않지만 때론 장난꾸러기처럼 응석도 부리고, 어른인 척 허세도 뿜는다. 그러나 설정이 지나치는 느낌은 없다. 거부감 없이 자연스러운 게 이들의 장점이다. 방탄소년단은 이제 30대에 접어들었다. 팬덤 아미도 같이 나이를 먹었다. 1020 세대에겐 코르티스가 포스트 방탄소년단인 셈이다.
둘째는 멤버들의 제작 능력이다. 요즘 아이돌 그룹의 일반적인 추세는 적극적인 제작 참여다.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작사·작곡, 프로듀싱 등에 창작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아티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코르티스도 이점에서 매우 강점이 있다. 작사·작곡·프로듀싱은 물론 안무와 영상 제작에도 관여하고 있다. 데뷔 앨범 ‘고(Go)!’와 미니 2집 ‘레드레드’의 안무에는 제임스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임스는 앞서 선배 그룹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안무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를 포브스도 지적했듯이 ‘영크크’라고 한다. ‘영 크리에이터 크루’의 줄임말인데, 멤버 모두가 앨범의 주요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는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에 이들은 모두 공동 연출가로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빅히트뮤직의 전폭적인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하이브 산하에는 빅히트뮤직을 비롯해 빌리프랩, 쏘스뮤직, 플레디스, 코즈엔터테인먼트, 어도어 등 수많은 레이블이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적자’는 빅히트뮤직이다. 방탄소년단이 출발한 곳이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나왔으며, 이제는 그 배턴을 코르티스가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그룹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건 무리가 아니다.
코르티스는 7월 중순부터 첫 단독 투어에 나선다. 7월 18~19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 공연을 시작으로 8~9월 서울과 캐나다 토론토, 미국 뉴욕, 일본 가나가와 등 9개 지역을 찾는다. 데뷔 1주년을 맞는 8월엔 미국 대형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시카고’에 올해 유일한 K팝 보이그룹으로 참여한다. 그들의 1주년은 더욱 반짝반짝 빛날 것 같다.
이설(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