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당시를 회상하던 도중 울컥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큼 강하게 이입하고 몰입했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어색하다고 비판했을지 몰라도 '참교육'을 대하는 진기주의 진심은 뜨거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참교육'(연출 홍종찬·극본 이남규, 김다희, 문종호)은 선 넘는 학생, 교사, 학부모로 인해 무너진 대한민국의 교권과 교육현장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교권보호국의 통쾌하고 시원한 참교육을 그린 이야기다.
두 번째 교권보호국 감독관이자 나화진의 후임 임한림 역을 맡은 진기주는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만나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참교육'은 지난 5일 공개된 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쇼 1위를 차지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차기작 촬영 중인 진기주는 "현장에서 보는 사람마다 '잘 봤다고 해준다'고 너스레를 떨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진짜 멋진 일이 벌어졌구나 싶어요. 대본을 볼 때 울컥하는 지점이 있었어요. 피해자를 보호해 주고, 보상까지는 아니지만 위안을 주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으면서 마무리되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작가님이 써주시는 대사도 좋았고, 감독님과 꼭 해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어요."
3회에 등장한 진기주는 귀여운 말투로 인사를 건네다가, 학생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특전사 모드로 전환해 기선을 제압한다.
"해본 적 없고, 경험해 본 적 없는 직업의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세포 하나하나에 흡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상들을 많이 봤어요.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태어나 처음 듣는 소리였어요. '왜 저런 소리지' 생각해 봤는데, 훈련의 강도를 이겨낸 소리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소리 안에 간절한 마음과 책임감이 있고 서로 소리를 들으면서 정신도 차리고 결속력이 생길 것 같았어요. 한림이도 평범한 고등학생에서 그렇게 강해지기 위해 견뎠을 테고, 그 습관들이 몸에 남은 상태에서 감독관이 됐다 보니 과장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또 훈련받으면서 깨우친 것을 알려주고 싶은 사수의 마음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이러한 말투는 공개 직후 호불호의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것이 억울할 법도 하지만 진기주는 오히려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작품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고 같이 만드는 작업이잖아요. 제가 표현하는 것을 봐주시는 감독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맡기고 갔어요."
임한림은 강한 특전사인 동시에 평소에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진기주는 임한림의 다양한 매력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기 위한 노력을 설명했다.
"학교에 파견갔을 때와 그렇지 않은 순간에 차이를 두려고 했어요. '참교육'이 활극 같은 면이 있다 보니 재치를 발휘해도 되는 순간과 안되는 순간을 구분하려고 했어요. 또 강석이나 화진, 근대가 조금씩 허당미와 인간미가 있어서 호흡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것도 있어요."
임한림은 원작에 존재하는 캐릭터지만, 드라마로 오면서 많은 부분이 변경됐다. 진기주는 원작보다는 대본에 집중해 캐릭터를 그려나갔다고 설명했다.
"원작이 있는지 몰라서 대본을 먼저 보고 웹툰을 보게 됐어요. 그러면서 원작보다는 대본에 집중하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어떤 걸 취하고 버릴지 고민하기보다는 대본과 교권보호국 4인방, 감독님과 함께했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의 분위기와 색깔에 더 집중했어요."
고등학생 시절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는 한림의 과거 역시 새롭게 추가된 장면으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진기주 역시 한림의 과거 장면을 가장 애틋한 장면으로 꼽았다. 촬영 당시를 회상하던 진기주는 울컥한 듯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대본을 받을 때부터 잘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분장차에서 분장을 받는데 제 모습을 보고 감정이 주체가 안 되더라고요. 얼마나 아팠을까 싶어서 지금도 울컥하고 진짜 고통스럽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림이는 어떻게 하다 도와달라는 말도 겨우 하는 친구가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림이에게는 중요한 장면이고, 저에게는 소중한 장면이에요."
'참교육'이 가진 뜨거운 열풍의 이면에는, 공교육의 붕괴라는 무거운 사회적 주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진기주가 모든 순간 재치를 발휘하지 않았던 것은 '참교육'이 가진 사회적 메시지 때문이었다.
"화진이 치호에게 마지막 멘트를 할 때를 예로 들면, 그 순간에는 둘만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에 그냥 서 있었어요. 한림이는 엄청난 능력치를 가진 친구지만, 그 능력치를 발휘할 때와 발휘하지 않고 방어만 할 때를 염두에 두고 촬영했어요."
현실의 무서움을 깨달았다는 진기주는 자신이 생각하는 참교육, 참어른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조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아도 뉴스에 사건사고가 나오면 예전보다 더 보게 되더라고요. 촬영하는 중간에도 기사가 나오면 공유했어요. 현실이 무섭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저도 아직 무르익은 인간이 아니라 고민이 필요하지만, 자기 말에 책임지는 사람이 참 어른 같아요."
또한 드라마처럼 폭력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도 찬반이 분분하다. 진기주는 체벌 혹은 폭력이 해결책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개인적으로 체벌은 위험한 요소를 많이 가진 행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참교육'에서는 어떤 행동을 선택할 때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걸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맥락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양한 의견이 있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봐주셔야 하잖아요. 모두가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의견이에요."
참교육을 통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진기주의 차기작은 '슬리핑 닥터'다. 진기주는 현재 한창 촬영이 진행 중이라며 '참교육'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예고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참교육'에서의 모습은 요만큼도 없을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 돼서 원장님이 되려고 노력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