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가 30년 동안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던 부산 아동 유괴 사건을 다시 조명하며 큰 충격을 안겼다.
지난 2일 방송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네 명의 유괴범-누가 거짓을 말하는가?' 편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는 앤더블 장하오와 배우 박탐희, 가수 소유가 이야기 친구로 출연해 여러 차례 반전을 거듭한 사건의 실체를 함께 추적했다.
시청률 성과도 두드러졌다.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이날 방송은 전국 시청률 3.3%, 2049 시청률 1.5%를 기록하며 두 지표 모두 올해 자체 최고치를 새로 썼다. 전국과 수도권 기준 지상파 동시간대 1위에 올랐고, 2049 시청률에서는 목요일 전체 프로그램 가운데 정상을 차지했다.
사건은 1994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은지(가명)가 하굣길에 사라지면서 시작됐다. 아이가 실종된 뒤 가족에게는 현금 200만 원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수사 과정에서는 은지가 20대 초반 여성과 자연스럽게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자의 진술이 나왔다. 이에 경찰은 피해 아동과 친분이 있는 인물의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고, 결국 은지의 사촌 언니 나경애(가명)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얼마 뒤 나경애의 방에 놓인 이불 속에서 은지의 시신이 발견됐다. 어린 사촌 동생을 살해한 잔혹한 범죄가 알려지자 사회적 분노가 들끓었다. 조사 결과 은지는 유괴 당일 이미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애는 당시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지존파 사건을 모방해 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단순한 호기심과 유흥비 마련을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는 설명에 장하오는 "악마 같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그러나 사건은 곧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나경애가 공범으로 지목한 지인 세 명이 모두 뚜렷한 알리바이를 제시한 데다, 재판 과정에서 그의 진술 곳곳에 모순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남포동 번화가 한복판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나경애의 자백 전체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후 부산 지역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진상조사단이 결성됐다. 조사단을 이끈 인물이 당시 문재인 변호사였다는 사실도 공개돼 놀라움을 더했다. 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건 기록과 새로운 단서를 살피며 감춰진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진상조사 과정에서는 경찰의 강압 수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참고인들은 조사관들이 미리 정해둔 내용에 맞춰 진술하라고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폭행과 허위 자백 강요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대통령 표창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사건을 해결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실적을 앞세운 수사로 인해 무고한 사람들이 공범으로 몰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핵심 증거를 다루는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은지의 시신을 감싸고 있던 이불이 충분한 정밀 감식도 거치지 않은 채 소각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었던 중요한 물증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증거 은폐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를 들은 박탐희는 "말이 안 된다"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조사에서도 폭행과 협박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여기에 관련 의혹을 보도한 기자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사건을 둘러싼 외압 가능성도 제기됐다.
나경애가 지목한 공범들의 관계 역시 사건의 또 다른 반전이었다. 나경애가 주범이라고 주장한 남성은 평소 자신이 짝사랑하던 상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 남성이 자신의 친구와 연인처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게 된 나경애는 강한 배신감과 질투를 느꼈다. 이후 짝사랑하던 남성과 자신의 친구를 모두 범행에 가담한 인물로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범 가운데 또 다른 남성은 나경애가 주범으로 몰아간 남성의 친구였다. 그가 범행을 인정한 것 역시 실제 가담 때문이 아니라 경찰의 고문과 강압에 못 이겨 나온 거짓 자백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돼 충격을 더했다.
결국 짝사랑이 좌절되며 생긴 분노와 친구를 향한 열등감, 여기에 강압적인 경찰 수사가 맞물리면서 사건과 무관한 이들까지 공범으로 엮이는 비극이 벌어졌던 셈이다.
재판부는 나경애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반면 그가 공범으로 지목한 세 명에게는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소유는 판결 결과를 접한 뒤 "정의는 살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건의 모든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었다. 강압 수사와 부실한 증거 관리 속에서 초기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지 못했고, 은지가 정확히 어떤 경위로 살해됐는지에 대한 실체 규명에도 끝내 실패했다.
소유는 "실수를 인정하고 피해자가 어떻게 살해됐는지 끝까지 조사해 확실히 밝혀냈다면 유족도 위안을 얻지 않았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장현성, 장성규, 장도연 역시 "누구나 한 번쯤 잘못된 첫 단추 때문에 후회하지만, 중요한 건 이를 바로잡는 용기다. 그 용기가 다시 시작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