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준, '킬쇼2' 서늘한 무기상 vs '최애의 사원' 댕댕미 성덕 [한수진의 VS]

한수진 ize 기자
2026.08.12 07:30

'킬러들의 쇼핑몰2' 시크한 무기상·'최애의 사원' 깨발랄 성덕
잘하던 장르물은 더 단단하게, 처음 꺼낸 로코는 사랑스럽게

배우 김혜준은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에서 책임과 생존을 짊어진 무기상 정지안 역을 맡아 단단한 장르 연기를 선보였다. 동시에 tvN '최애의 사원'에서는 12년 동안 좋아한 스타와 한 회사에서 일하게 된 사회 초년생 남다름 역으로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했다. 김혜준은 살기 어린 장르물과 생기 넘치는 로코라는 극단적인 온도 차를 매끄럽게 오가며 연기 영역을 넓혔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왼쪽), '최애의 사원' 속 김혜준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tvN

대중문화에는 늘 비교가 따라붙는다. 같은 시간대에 공개되는 작품, 비슷한 위치에 놓인 배우와 가수, 한 장르 안에서 보여주는 다른 선택, 한 인물이 만들어낸 색다른 얼굴까지.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VS'를 떠올리며 보고 듣고 말한다. 이 코너는 이런 비교를 출발점 삼아 '차이'가 어떤 재미와 의미를 낳는지를 살핀다. 같은 판에 놓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각각의 방식과 매력을 면밀히 짚는다. <편집자 주>

같은 배우가 맞나 싶다. 한쪽에서는 온기를 잃은 버석한 눈으로 총구를 겨누고, 다른 쪽에서는 최애의 한마디에 눈동자와 손끝이 함께 팔딱인다.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이하 '킬쇼2')의 정지안과 tvN '최애의 사원'의 남다름을 오가는 김혜준 이야기다.

두 인물 사이의 거리는 멀다. 정지안은 사람을 죽이는 일이 일상이 된 세계에서 책임과 생존을 짊어진 인물이고, 남다름은 12년 동안 좋아한 스타와 한 회사에서 일하게 된 사회 초년생이다. 정지안의 얼굴에는 피로와 경계가 내려앉아 있지만, 남다름은 좋아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해 온몸으로 기쁨을 발산한다.

김혜준은 이 극단적인 온도 차를 매끄럽게 오간다. 한쪽에서는 감정을 눌러 긴장을 만들고, 다른 쪽에서는 감정을 활짝 열어 설렘을 끌어낸다. 잘하던 장르 연기는 더 단단해졌고 처음 도전한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예상 밖의 사랑스러움이 만개했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김혜준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킬러들의 쇼핑몰2' 김혜준, 서늘한 진화

시즌1의 정지안은 갑작스럽게 킬러들의 세계로 내던져진 평범한 조카였다. 삼촌 정진만(이동욱)이 남긴 쇼핑몰과 정체불명의 킬러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텼다. 총을 쏘고 반격했지만 상황을 주도하기보다는 눈앞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다.

시즌2의 정지안은 다르다. 죄책감에 잠식돼 환영에 시달리고 현실을 회피한 채 불안에 떨기도 하지만, 소중한 이를 잃은 뒤에는 각성하고 총을 든다. 두려움과 상처를 끌어안은 채 머더헬프의 대표로 나서며 도망자에서 책임자로 거듭난다.

특히 그의 얼굴에는 피로와 체념이 짙게 배어 있다. 맨몸 액션과 총기 훈련을 견뎌낸 몸은 단단해졌지만 마음속 상처까지 아문 것은 아니다. 지칠 대로 지쳤으면서도 자신을 믿는 사람들을 위해 다시 일어서는 책임감이 정지안의 강인함을 완성한다.

타이밍과 시선에 힘을 싣는 김혜준의 연기는 정지안이 점차 삼촌 진만을 닮아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감정을 안으로 눌러 담는 통제력으로 정지안의 복잡한 내면에 깊이를 보탠다. '킹덤' 시리즈 등에서 보여준 과거의 강렬함이 한층 단단해져 만개한 모습이다.

'최애의 사원' 김혜준 / 사진=tvN

'최애의 사원' 김혜준, 사랑스러운 댕댕미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의 김혜준이 모노톤이라면 '최애의 사원'의 김혜준은 알록달록한 파스텔톤이다. '최애의 사원'에서 연기하는 남다름은 유치원 짝꿍부터 교회 오빠까지 늘 누군가를 좋아해 온 타고난 낭만주의자다. 열일곱 살에 아이돌 그룹 D.N.X의 이찬(차우민)에게 빠진 뒤 12년 동안 한 우물만 팠다. 굴지의 대기업 대신 스타트업 아펠로에 입사한 이유도 그곳이 이찬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최애 앞에 선 남다름은 머리와 몸이 따로 움직인다. 평소에는 쉴 새 없이 말하고 웃다가도 이찬이 다가오면 몸이 굳고 눈동자가 흔들린다. 애써 침착한 척하지만 입꼬리는 이미 귀에 걸려 있다.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팔딱이는 모습은 물 밖으로 튀어나온 활어 같고, 자신을 향한 한마디에 금세 꼬리를 흔드는 대형견처럼 사랑스럽다.

사회 초년생의 패기와 미숙함도 생활감 있게 섞는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실수하고, 대표 강하기(강훈)의 차가운 눈빛에 당황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최애 이찬을 향한 설렘과 강하기에게 느끼기 시작한 미묘한 감정 사이에서는 서로 다른 표정과 호흡으로 삼각 로맨스의 온도를 조절한다.

무엇보다 김혜준의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발랄함과 맑은 생기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그동안 어둡고 사연 많은 인물을 주로 연기해 온 탓에 가려져 있던 얼굴이다. 작품이 이제 막 초반부를 지나고 있는 만큼 로맨스가 무르익을수록 또 어떤 새로운 매력을 꺼내 보일지 기대된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왼쪽), '최애의 사원' 속 김혜준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tvN

살기vs생기, 가장 먼 두 얼굴을 잇는 힘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가 김혜준이 장르물에 얼마나 강한 배우인지를 재확인한 작품이라면, '최애의 사원'은 그의 영역을 장르물로만 규정할 수 없게 만든 작품이다.

총을 든 김혜준은 화면의 긴장을 움켜쥐고, 최애 앞에 선 김혜준은 시청자의 마음을 무장해제한다. 잘하던 것을 더 깊고 단단하게 다듬은 성취와 아직 보여주지 않았던 가능성을 끌어낸 발견이다.

살기와 생기, 버석함과 사랑스러움, 킬러와 덕후. 같은 시기 가장 먼 두 얼굴을 오가는 김혜준은 잘하는 것을 더 잘하면서도 새로운 영역까지 넓히고 있다. 한 배우의 얼굴에서 이토록 다른 계절이 동시에 피어나는 것을 확인했으니 그가 앞으로 보여줄 또 다른 얼굴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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