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희 '인턴'은 호평·손예진 '스캔들'은 혹평, 같은 리메이크인데 왜? [IZE 진단]

한수진 ize 기자
2026.09.22 13:17

원작 교감 살린 '인턴'·서사 늘리고도 매력 옅어진 '스캔들'

영화 '인턴'(왼쪽), 시리즈 '스캔들' 포스터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넷플릭스

한 번 통했던 이야기가 다시 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원작 후광과 비교 부담을 동시에 쥔 리메이크물이 안은 숙제는 그래서 더 까다롭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리메이크작 영화 '인턴'과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도 지금 이 숙제의 답을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두 작품은 엇갈린 평가를 받으며 희비가 갈리는 모양새다.

최민식·한소희 주연의 '인턴'은 개봉일부터 6일 연속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누적 관객은 43만 명이고 개봉 첫 주말 CGV 골든에그지수는 95%를 기록했다. 관객 호응 속에 초반 흥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반면 지난 18일 공개된 8부작 '스캔들'에는 늘어난 분량에 비해 감정선이 빈약하다는 불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인턴'은 2015년 동명 미국 영화의 핵심인 세대 간 교감을 지킨다. 경력 37년 차 기호(최민식)는 연륜을 앞세우기보다 새로운 일터의 방식을 배운다. 직원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일을 돕고, 젊은 대표 선우(한소희)의 불안에 귀를 기울인다. 선우에게 기호를 믿을 이유가 쌓이고, 기호 역시 젊은 동료들과 어울리며 일상의 활력을 되찾는다.

영화 '인턴' 스틸 컷 /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국적 변주도 관계 안에서 작동한다. 원작의 손수건을 대신한 티슈와 챙겨둔 간식은 익숙한 생활감을 보탠다. 젊은 동료와 주고받는 하이파이브는 기호가 이곳의 일원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최민식은 여유 있는 반응으로 인물의 온도를 만들고, 한소희는 성공한 대표의 당당함 아래 불안과 서툶을 드러낸다. 세대 차이가 웃음을 만들면서도 상대를 이해할 여지를 남기는 조합이다.

선우의 변화도 중요하다. 김도영 감독은 결말을 바꾸며 선우가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위로받는 데서 멈추지 않고 자기 삶의 방향을 정하게 한 것이다. 원작의 낯익은 구조와 일부 느슨한 전개에도 두 배우의 호흡이 강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스캔들'은 확장의 방향부터 다르다.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시리즈로 옮기면서 조씨부인(손예진)과 조원(지창욱)의 어린 시절 인연, 주변 인물과 정치적 배경을 보탰다. 욕망으로 얽힌 인물들에게 사정을 부여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과거를 많이 설명하는 것과 현재의 선택에 마음이 움직이게 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조씨부인은 그 간극을 드러낸다. 뛰어난 재능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약받는 설정은 이해된다. 손예진도 품위와 냉정을 오가며 존재감을 지킨다. 다만 억압적인 질서에 대한 반감이 다른 여성을 내기에 끌어들이고 자기 지위를 지키려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선명하지 않다. 모순을 품은 입체적인 인물이 되려면 그 사이의 욕망을 보여줘야 하는데 반항과 집착의 경계에서 캐릭터가 흐릿해진다.

시리즈 '스캔들' 스틸 컷 / 사진=넷플릭스

조원도 상처받은 첫사랑의 사연을 얻는 대신 위험한 유혹자의 무게를 잃었다. 조씨부인을 향한 미련이 행동의 이유를 앞서 설명하면서 감정을 통제한다고 믿던 사람이 자기 마음에 흔들리는 역설은 약해졌다. 지창욱의 적극적인 구애도 상대를 읽는 치밀함보다 밀어붙이는 가벼움으로 다가온다. 연애에 능숙하다는 설정과 실제로 누군가를 매혹하는 힘 사이에 거리가 생긴다.

가장 아쉬운 인물은 나나가 연기한 희연이다. 원작에서 전도연이 연기한 숙부인 캐릭터다. 원작에서 이 역할은 자기 규율과 신념이 단단하다. 그 단단함이 있었기에 조원을 경계하고 흔들리고 끝내 사랑을 받아들이는 변화에 낙차가 생겼다. 반면 희연은 처음부터 처연하고 위축된 인상이 강하다. 경계할 때와 마음을 열 때의 표정과 호흡도 뚜렷하게 달라지지 않는다. 청상과부의 절제보다 청승 과부의 무기력이 앞서 보이는 이유다.

충분한 분량이 주어졌는데도 희연이 왜 조원에게 끌리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접근과 만남은 이어지지만 의심이 신뢰로, 신뢰가 욕망으로 바뀌는 순간의 설득력은 약하다. 조원의 유혹도 희연의 저항도 힘이 빠지니 두 사람 사이의 긴장 역시 살아나기 어렵다.

리메이크에는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과 처음 접하는 관객이 함께 들어온다. 호불호를 없앨 수는 없지만 두 관객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눈앞의 인물을 따라갈 이유다. '인턴'은 익숙한 관계에 새로운 얼굴의 온기를 보탰다. '스캔들'은 인물을 더 오래 보여주고도 더 깊이 이해시키지 못했다. 이 작품이 늘린 시간을 감안하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그 시간은 과거사보다 희연이 조원이 경계하다 사랑에 빠지는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데 쓰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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