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우리들의 발라드’가 시즌2로 돌아왔다.
‘우리들의 발라드’는 지난 해 가을 첫 선을 보였다. 전문가부터 MC 그리고 일반인까지 똑같이 한 표 권한을 갖는 150인 투표 중 100표 이상을 받아야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오디션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관심을 모았다.
최고 시청률 6%(이하 닐슨코리아)를 찍으면서 ‘싱어게인’ 이후 가장 성공한 오디션으로 자리잡았다. 색다른 투표 방식보다 사람들의 눈길을 더 잡아 끈 요인은 따로 있다. 출연자들의 연령대다. 평균 연령 18.2세로, 10대 후반과 20대 초 중반 앳된 출연자들이 부르는 가요의 전설적인 발라드들은 남다른 감동을 전했다.
아무래도 경험이 켜켜이 쌓인 삶이 감정을 살리기 좋을 듯한 발라드 명곡들을 어린 친구들이 호소력 있게 소화해낼 때 TV의 주시청자 층인 중년 시청자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출연 가수들과 동세대 시청자들도 또래들의 오디션이라 관심을 가졌지만 중장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은 프로그램 인기의 주춧돌이 됐다.
살아온 절대적 시간이 많지 않은 이 참가자들이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로 연장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들도 부모,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 나름의 사연들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중장년 리스너도 설득할 수 있는 폭 넓은 감성으로 살려내는 어린 능력자들이 세상에는 꽤 많았고 ‘우리들의 발라드’는 이들을 잘 찾아 무대에 세웠다. 중년 세대들은 자식들 연령대 참가자들이 공감되는 감성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때로는 대견하게 보면서 ‘우리들의 발라드’에 빠져들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차태현은 활동 중 눈물을 보인 적 드문 밝음의 상징이었지만 노래를 들으면서 자신의 아이를 떠올리며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TV 앞 수많은 중장년 시청자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이번 시즌2는 오디션 지원자가 3배 더 늘어난 상황에서 평균 연령이 17.9세로 더 낮아졌다. 이번에도 자신이 태어나기 전인 1990년대 노래 원미연의 ‘이별여행’을 10대인 1번 참가자가 부르는 무대로 시작됐다.
‘우리들의 발라드’는 아이유를 연상시킨다. 단순히 10대 시절 무대에 섰다는 유사함 때문이 아니다. 아이유는 음악적으로 트렌드를 이끌고 완성도 높은 곡으로 동세대 사랑을 전반적으로 축적해가는 와중에 세대가 다른 30, 40대까지 사로잡아 여러 연령대를 아우르는 팬 층을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결국은 ‘국민’ 타이틀을 붙일 수 있게 만든 두 번의 결정적 계기가 있다. 첫째는 윤상이 작곡한 ‘나만 몰랐던 이야기’를 10대 때 발표했을 때다. 자신의 나이에 어울리는 소녀 감성의 ‘좋은 날’로 대히트를 거둔 후 미니 앨범 타이틀곡으로 발표한 이 80, 90년대 분위기 물씬한 발라드는 뜬금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10대 후반이라는 나이대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감성으로 소화해내면서 30대 이상 음악 팬들이 아이유의 음악을 주목하게 됐다. 두 번째는 이후 윤상 김광진 김현철 이적 최백호 양희은 등 여러 7080 뮤지션들과 작업을 이어가다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를 내놓았을 때다.
‘나의 옛날 이야기’ ‘너의 의미’ ‘사랑이 지나가면’ 등 발라드 위주의 가요 클래식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도 동시에 원곡 팬 감성도 사로잡아 가요 사상 최고의 리메이크 앨범으로 꼽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후 트렌드를 이끄는 아이유의 신곡도 챙기고, 새 앨범 전체도 들어 보는 중장년 팬들이 크게 늘었다. 이들은 아이유를 통해, 멀게만 느꼈던 최신 대중음악 트렌드와 연결되고 자신들 세대의 감성도 채울 수 있게 됐다.
‘우리들의 발라드’ 입상자들은 주요 가요 기획사에 소속돼 데뷔 준비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이 아이유처럼 되기에는 갈 길이 한참이다. 어쩌면 그 위치까지 도달하는 이는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참가자들에 대한 다양한 연령층의 관심이 이들의 뒤에 있으니 음악적 미래에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발라드’ 자체도 미래의 아이유를 향해 도전하는 참가자들처럼 ‘국민’ 예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지도 궁금해진다. 중장년 시청자의 응원을 받는 예능인 만큼 완성도 높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는데 매진한다면 ‘국민’ 타이틀을 노려보는 것도 허황된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참가자들의 긴 호흡의 성장과 '우리들의 발라드'의 롱런이 가요계와 음악팬 모두에게 반가운 이유다
최영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