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말고 다른 연애'가 시청률 1%대로 무너진 가운데 안은진의 열연은 빛났다.
안은진이 주연을 맡은 KBS 2TV 토일 미니시리즈 '너 말고 다른 연애'는 연애 10년 차, 익숙해진 연인이 낯선 감정과 마주하게 되는 현실 멜로다.
안은진은 극 중 맡은 이미도는 한때 단편영화제를 휩쓴 신예였지만 작품이 연거푸 무산되며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독립영화 감독이다. 10년 차 연인 남궁호(서강준 분)에게 가장 반짝이는 주인공이었던 이미도는 어느새 자신의 꿈도, 사랑도 예전 같지 않은 현실 속에서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었다.
지난 10일 방송된 7회에서는 이미도가 감춰온 진짜 속마음이 드러났다. 감독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면서도 남궁호를 핑계 삼아 영화를 붙들고 있었던 이미도. 반복되는 일상과 재미없어진 영화 속에서 한태승(이주안 분)에게 느낀 설렘은 그에게 오랜만에 찾아온 생생한 감정이었다. 이미도는 이를 두고 "불 꺼진 내 인생에 스위치를 켜준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이미도는 지쳐 있었다.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차를 보고도 피하지 않은 채 가만히 바라보던 사고 순간은, 그가 얼마나 깊은 무기력에 빠져 있었는지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런 이미도의 마음을 알게 된 남궁호는 "기다릴 테니 그 남자 만나고 오라"고 말하며 이미도에게 충격을 줬다.
11일 방송된 8회에서는 오랫동안 눌러왔던 이미도의 감정이 마침내 터졌다. 3개월 뒤, 이미도는 "너도 다른 여자 만나. 그래야 공평하잖아"라며 남궁호에게 제안을 그대로 되돌려줬다.
이후 생각할 시간을 가지던 두 사람이었지만, 이미도는 남궁호가 바다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러나 그곳에는 남궁호를 걱정하며 달려온 회사 후배 박수아(조아람 분)도 있었다. 남궁호의 곁에 자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주한 이미도는 더욱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두 사람의 감정이 정면으로 충돌한 갯벌 장면에서 이미도의 복잡한 속내가 폭발했다. 이미도는 남궁호의 제안에 90%의 배려와 10%의 상처 주려는 마음이 섞여 있다고 짚으며, "줄 거면 백 프로 다 상처로 줘. 나 기꺼이 다 받을게"라고 맞섰다.
10년을 만나는 동안 서로에게 10%씩의 민낯을 감춰온 두 사람이, 마침내 그 밑바닥의 진심까지 꺼내 보인 순간이었다. 모든 걸 쏟아내고 이미도는 비로소 후련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8회 엔딩에서 이미도는 한태승을 찾아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한 달. 나랑 미친 척 놀아볼래?"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너랑 내 남자친구 중 한 명만 살려야 한다면, 난 1초도 고민 안 하고 내 남자친구 살릴 거야"라고 선을 그었다. 남궁호를 향한 마음은 그대로 둔 채, 자신에게 다시 켜진 설렘의 의미를 확인하려는 이미도였다.
8회에서 이미도의 감정은 안은진의 열연에 힘입어 몰입도를 높였다. 이날 방송분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1.9%를 기록, 직전 방송분 7회 시청률 2.3%보다 소폭 하락했다. 9월 12일 첫 방송부터 이어온 2%대 시청률은 무너졌고,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부진 속에서도 안은진의 감정 열연은 돋보였다. 갯벌에서 남궁호와 감정 충돌이 발생한 이미도. 이미도의 서운함과 분노, 애정이 뒤엉킨 감정을 안은진은 생생하게 표현했다. 단순 분노가 아닌, 진심까지 쏟아내는 이미도의 감정은 안은진의 연기로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또한 엔딩에서 울음을 삼키며 한 마디씩 꾹꾹 눌러 내뱉는 안은진의 연기는 새로운 선택 앞에 선 이미도의 절박함을 고스란히 전했다.
이처럼 안은진은 10년 연애의 익숙함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 가는 이미도의 내면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끝에 폭발적인 감정으로 풀어내며 캐릭터의 입체성을 완성했다. 꿈을 향한 자신감을 잃은 감독의 좌절부터 오랜 연인에게 느끼는 권태와 미련, 새로운 설렘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까지. 안은진은 이미도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했다.
안은진의 섬세한 감정 연기로 이미도의 감정에 몰입하게 된 가운데, 앞으로 펼쳐질 전개에서 안은진이 어떤 연기로 시청 재미를 끌어올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물의 흔들림과 변화를 연기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 안은진은 시청률 부진 속에서도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