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익숙한 음악을 다시 듣고, 익숙한 문화를 새롭게 생각하다. 익숙한 음악과 대중문화 현상을 깊이 있게 보고, 새로운 해석으로 독자들에게 또 다른 생각거리를 전합니다. 단순 음악 평가가 아닌, 아티스트의 이야기부터 K팝 산업의 흐름, 대중 문화 전반까지 다루는 코너.
좋아하는 노래가 어느 날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릴 때가 있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좋아서 들었는데, 한 구절이 지금의 마음을 건드린다.
한로로의 '사랑하게 될 거야'와 '0 0'이 그렇다. 지나간 자신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 소중한 사람과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두 곡에 담겨 있다. 노래 속 인물과 같은 일을 겪지 않았어도 그 마음은 낯설지 않다. 듣다 보면 가수가 누구에게 쓴 말인지보다 내가 누구에게 건네고 싶은 말인지 생각하게 된다.
2023년 발표된 '사랑하게 될 거야'는 2026년 상반기 써클차트 디지털, 스트리밍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발매 시기를 넘어 이어진 인기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한로로는 이 곡의 작사와 작곡을 맡았고, '0 0'에서도 직접 노랫말을 쓰고 공동 작곡에 참여했다.
두 곡에서 눈여겨볼 것은 사랑을 표현하는 문장의 차이다. 한 곡에서는 지난 마음을 돌아보며 사랑을 다짐하고, 다른 곡에서는 곁에 남고 싶은 사람에게 같은 마음인지 묻는다. 한로로의 목소리는 맑고 가느다란 인상과 선명하게 뻗는 힘을 함께 지녔다. 음색의 여린 느낌에 비해 소리의 존재감은 또렷하고, 노랫말의 발음도 귀에 남는다. 섬세한 감정을 노래하면서도 말하려는 내용을 분명하게 전하는 것이다. 이 대비가 사랑과 위로라는 익숙한 소재에 긴장을 더한다. 상처받기 쉬운 마음과 그래도 사랑해 보려는 의지가 한 목소리 안에서 함께 느껴진다.
'사랑하게 될 거야'의 후렴은 지나간 감정이 왜 그토록 거세었는지 되묻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어 용서하고 사랑하겠다는 말을 꺼낸다. 마음을 돌아보는 질문에서 앞으로의 다짐으로 넘어가는 순서다. 곡 안에서 되풀이되는 후렴은 끝에 제목의 말을 한 번 더 남긴다. 청자는 후회의 사연을 따라가다가도 다시 같은 약속 앞에 선다. 후렴을 따라 부르는 동안 그 약속을 자기 입으로 해보게 된다는 점이 이 곡의 중요한 매력이다.
그때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앞서 꺼낸 후회를 지우지 않는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남아 있어도 사랑을 시도해 보겠다는 뜻으로 이어준다. 제목에 담긴 미래형 역시 지금 당장 자신을 좋아해야 한다고 재촉하지 않는다. '아직 미워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사람도 언젠가는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해볼 수 있다. 사랑을 이미 해낸 사람이 부르는 노래로만 들리지 않기에,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이 어려운 청자에게도 가까이 닿는다.
노래는 과거에 아팠던 자신을 돌아보면서도 용서하고 사랑할 대상은 '너'라고 부른다. 이 곡을 지난 자신에게 건네는 다짐으로 들을 수 있는 한편, 헤어진 상대나 멀어진 친구를 떠올릴 수도 있다. 노래에 담긴 감정은 구체적이지만 그 말을 받아들일 사람이 한 명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제목이 약속하는 사랑이 여러 청자의 생활로 옮겨갈 수 있는 지점이다.
'0 0'에서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살아갈 내일을 상상한다. 이 곡이 실린 2025년 EP '자몽살구클럽'은 동명의 소설과 이어진다.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서로를 붙드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라는 배경을 알면, 노래에 등장하는 내일과 이별도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함께 갈 곳을 제안하고 사소한 취향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세계를 그리는 가사에는, 상대가 곁에 있어 가능한 삶이 담겨 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내일을 조금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마음이다.
후렴의 "난 널 버리지 않아" 뒤에는 "너도 같은 생각이지?"라는 질문이 붙는다. 나처럼 너도 내 곁에 남겠느냐는 뜻으로 들린다. 작품의 맥락에서는 너도 너 자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요청으로 다가온다. 함께하고 싶다는 고백과 상대가 자신을 놓지 않기를 바라는 부탁이 한 질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듣는 사람이 지금 걱정하는 누군가를 떠올린다면, 그 물음은 자신의 말이 된다.
'0 0'은 기타, 베이스, 드럼에 건반과 현악 연주를 더한 곡이다. 후렴에서는 짧은 약속 뒤에 상대를 향한 물음이 돌아오고, 마지막에는 가사가 바뀌며 약속이 확장된다. 지키려는 대상이 '너'에서 '우리'로 넓어지고, 함께할 시간은 영원으로 향한다. 그러면서도 상대에게 묻는 형식은 유지한다. 자신이 곁을 지키겠다는 뜻은 분명히 밝히되 상대의 대답까지 대신하지는 않는 것이다. 같은 후렴의 반복 끝에 생긴 이 변화가 두 사람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노래들을 발견할 기회도 넓어졌다.
한로로는 2025년 7월 Mnet '라이브 와이어'에서 '사랑하게 될 거야'를 불렀다. 무대 영상으로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몇 년 전 발표된 곡도 새 노래다. 방송과 공연의 기록이 온라인에 남으면서, 새 앨범을 내는 시기 외에도 음악이 알려질 기회가 생긴다. 한로로처럼 목소리와 표현의 개성이 뚜렷한 가수에게는 라이브 영상이 그 차이를 드러내는 통로가 된다. 목소리에 이끌려 곡을 찾고, 노랫말을 이해한 뒤 다시 듣는 흐름이 가능해진다.
지난 5일 발표한 새 싱글 '물음표'도 사랑을 둘러싼 질문을 이어간다. 공개된 곡 소개는 미움과 미안함, 상처를 겪고도 관계를 끝내기 어려운 마음에 주목한다. 앞선 두 곡이 건넨 다짐과 질문을 돌아보면, 한로로가 노래하는 사랑에는 풀리지 않은 감정이 함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과 사랑하기 어렵다는 마음이 함께하기에, 듣는 사람도 자신의 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공연의 변화에서도 커진 관심을 읽을 수 있다. 2023년 KT&G 상상마당 홍대 라이브홀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한로로는 2027년 1월 2~3일 인천에서 첫 아레나 단독 콘서트 '물음표'를 앞두고 있다. 혼자 듣던 노래를 공연장에서 함께 만나려는 관심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살펴볼 무대다.
한로로의 노래가 내 얘기가 되는 순간에는 그 말을 받는 사람이 달라진다. 어제는 헤어진 사람을 떠올리며 듣던 다짐을 오늘은 지난 자신에게 건넬 수 있다. 누군가에게 받고 싶었던 약속을 내가 먼저 해보고 싶어질 수도 있다. 목소리가 귀에 남긴 문장을 자신의 삶에 가져오는 동안, 가수의 노래는 청자의 말이 된다. 아직 자신을 사랑하는 일도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일도 서툰 사람에게 두 곡은 다시 불러볼 이유가 있는 노래다.
박송아(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