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곳의 아파트단지가 있다.
한 곳은 새로운 기술로 지은 고층건물로 정교하게 꾸며진 정원과 산책로, 깨끗한 운동시설과 주민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다른 한 곳은 앞 동 노부부를 만나 반갑게 인사하는 젊은 부부, 옆집 가족과 배드민턴을 치는 아버지와 아들, 함께 텃밭에서 수확한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기 위해 모인 이웃들이 어우러져 북적인다.
앞의 아파트단지는 이웃에 누가 사는지 잘 모르고 뒤의 아파트단지는 최신 시설을 갖추진 못했다.
둘 중 어느 곳에 살고 싶은가. 누군가 이 같은 질문을 한다면 많은 이가 주저없이 후자의 아파트에 살겠노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람 사는 곳의 기본은 사람이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멋지게 설계된 아파트단지일지라도 살아가면서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이웃이 없다면 그 곳이 진정 살기 좋은 곳이겠는가.
얼마 전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서구 공동주택 문화의 변화상이 소개된 적이 있다. 이웃과 서로의 현관열쇠를 공유하고 정기적으로 왕래하면서 홀로 사는 자신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사고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노부인.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공동주방에 모여 함께 저녁을 준비해 먹는 것이 규칙인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훨씬 밝아진 자신을 발견했다는 사람들.
우리보다 앞서 도시화와 개인화, 1인가구 증가로 비롯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겪은 서구사회에선 이웃과의 소통을 이어주는 공동체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우리에게 닥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된다는 것을 이미 깨달은 듯하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60%가량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살고 싶은 곳,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이웃과 함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정부도 아파트가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한 삶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동주택관리법' 제정을 추진해 보다 체계적으로 아파트가 관리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기존 '주택법'은 주택에 관한 건설과 공급, 관리, 자금조달의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공동주택 관리만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공동주택 관리관련 분쟁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면서 분쟁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공동주택관리 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하고 능동적인 관리 지원을 위해 공동주택관리 전담지원기구를 지정하는 등 공동주택 관리체계를 개편하게 된다.
현재의 '주택법' 가운데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된 내용으로만 법률을 제정해 공동주택이 전문화되고 체계적인 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새로운 법안에선 입주민들이 소통과 화합을 위한 조직을 만들어 자율적인 활동을 권장하게 하고 이러한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재정지원도 가능하게 했다.
아파트는 공동(共同)의 주택이기에 함께함으로써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많은 일이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을 가꾸는 일로 작은 행복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제는 입주민들이 함께 모여 아파트 정원에 꽃과 나무를 심어보자.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세심하게 고른 벽지와 가구로 꾸며진 거실을 보며 흐뭇했던 적이 있다면 앞으로는 입주민들이 지혜를 모아 아파트 복도와 외벽의 색채를 고르고 울타리 모양을 디자인해보자. 먼 곳에서 바라보아도 함께 정성들인 우리 아파트라는 생각에 뿌듯하지 않겠는가.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별하는 기준은 '공유공간(共有空間)의 양과 질'이라고 한다. 살고 싶은 곳, 살기 좋은 곳을 만들고자 하는 소망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이 하나가 될 때 실현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시설을 함께 가꾸고 고쳐나갈 때 더불어 사는 삶터에서의 참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파트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삶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