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파트 회계감사도 상장사처럼 '지정감사제' 추진

조성훈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2015.03.28 06:05

정부, 아파트 외부감사의무화 부실화 방지위해 감사인지정제 추진 지자체 의견수렴

정부가 올해부터 의무화되는 아파트단지의 외부감사를 내실화하기 위해 상장기업과 같은 '지정감사인제' 도입을 추진한다.

28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아파트 외부감사인(회계법인 또는 감사반)을 기존 관리주체(입주자대표회 및 관리사무소)가 자유 선임하던 방식에서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 관련 의견서를 전국 주요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단체에 보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는 외부감사 제도 의무화에도 불구하고 저가·부실감사가 만연해 제도 도입의 근본취지가 훼손될 것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감사인 지정 제도는 현재 주권상장사에 도입된 제도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정한 감사가 필요한 회사는 감사인 자유선임권을 배제하고 당국이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현행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권상장예정 법인과 감사인 선임기한 내 감사인 미선임 법인, 금융당국의 감리결과 감사인 지정조치를 받은 회사 등은 감사인 지정 대상 회사가 된다.

앞서 정부는 아파트 관리비 비리에 따른 분쟁이 심화되자 2013년 주택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대한 외부감사를 의무화했다. 문제는 감사인 선정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상당수 아파트 단지에서는 입주자대표와 관리사무소 등 관리주체가 수십만원대에 불과한 저가로 외부감사를 발주해 부실감사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나아가 일부 브로커들이 외부감사를 저가로 다량 수주한 뒤 일부 공인회계사들과 결탁해 단순 재무제표 숫자맞추기식 감사를 진행해 되레 관리부실에 대해 면죄부만 주는 상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공동주택 외부감사 전문가는 "외부감사 의무화 이전부터 많은 아파트단지에서 외부감사를 자체 시행하고 있지만 인식부족이나 비용문제로 단순 회계장부에 대한 숫자검증 차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외부감사 전문가도 "통상 아파트 외부감사는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 이상으로 방대한데 공사나 용역관련 증빙서류가 미비한 반면 감사보수는 지나치게 낮아 외부감사법인이 기피하는 상황"이라며 "제대로 감사하려면 보수를 적정수준으로 올리고 재무제표 외에 계약의 적정성까지 살피는 이행감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법령 개정 검토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문제점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부감사 부실화에 대한 지적이 있어 지자체가 감사인을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다만 최종적으로 주택법을 개정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감사인 지정제 도입을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공인회계사회측은 "감사인 지정제 도입과 함께 최소 100시간(300세대 기준) 이상 감사 투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주택관리사협회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자칫 관리비 인상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일단 관심은 서울시의 의견수렴 결과로 모아진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관리비 비리를 해소하기 위해 '맑은 아파트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며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 개정 작업을 진행하면서 감사인지정제를 검토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대상인 아파트 관리주체가 외부감사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게 시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다만 자치구별로 이견이 있을 수 있어 취합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관리비 상승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무작정 저가로 외부감사를 진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공공기관이 선정하는 게 아파트 외부감사 제도 도입취지에 부합한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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