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답답합니다."
지난달 22일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종합관리방안)' 발표 후 만난 한 30대 지인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거치식 대출을 끼고 집을 산 그는 내년 초 거치기간이 만료되면 매달 이자와 함께 원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2억원을 대출받아 매월 50만원대의 이자를 내왔지만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을 하면 15년 동안 매월 138만원(연 3.0%)을 내야 한다.
속이 타는 이유는 거치식 대출연장 가능 여부를 지금으로선 알 방법이 없어서다. 정부가 ‘거치기간 1년 이내, 분할상환 원칙’만 발표했을 뿐 세부내용은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거치기간 연장을 무조건 막겠다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예외사항 범위를 어떻게 할지는 미정”이라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세부사항이 정해지는 시점에 대해서도 “하반기에는 결정될 것”이라는 두루뭉술한 대답만 내놨다.
원리금 상환이 힘든 대출자들은 초조한 모습이다. 당장 내년 1월부터 만기연장이 안되는 고객들은 집 매도 등을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 일단 발표하고 보는 정부의 태도가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달 29일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 조치를 1년 더 연장했다. 기존처럼 담보의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셈이다.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잡겠다며 대책을 내놓은 지 1주일 만이다.
종합하면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사더라도 대출금은 분할상환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과연 수억원의 대출을 받아 매달 수백만원을 갚아나갈 수 있는 가구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든다.
경기도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수요자는 “실제로 입주하는 2년 뒤에는 또 정부정책이 바뀌지 않겠냐. 가계부채 대책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안일하고 일관성 없는 태도가 정책 실효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란 사실을 당국자들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