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모두가 박수쳐야만 안건이 통과됩니다."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동아에코빌아파트는 관내 모범단지로 꼽힌다. 사실 동아에코빌은 주민들의 민원이 성북구내 1·2위를 다툴 정도로 구청에선 골칫덩어리였다.
이런 아파트가 지금은 △공동주택 우수단지 최우수상(2014년 12월) △성북구청장 표창장 2건(2015년 1월) △서울시의회 의장상 5건(2015년 1월) △동행(同幸) 사례 단지 선정(2015년 6월) 등 아파트 관리사무소 책장을 상장으로 가득 채울 정도로 모범이 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2013년 3월1일부터 단지 운영을 이끈 장석춘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위) 회장(사진)이 ‘주민과 함께하는 행복한 아파트’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시작됐다. 장 회장은 “참으로 책임이 무거울 때 입대위 회장을 맡았다”고 회상했다.
그가 회장으로 선출됐을 당시 주민들은 입대위 행동 하나하나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직전까지 입주민들 사이에 불신이 팽배, 장 회장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장 회장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그래서 도입한 게 바로 ‘만장일치제’다.
통상 대다수 회의에서 다수결 원칙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 단지는 15명의 입대위 구성원 모두가 ‘찬성’을 외칠 때까지 결정을 미룬다. 장 회장은 “아파트 운영은 기업과 달라 효율성보다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비효율적이더라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설득할 문제는 설득하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다 안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게 최근 진행된 어린이놀이터 공사다. 놀이터 바닥재질을 무엇으로 할지, 입찰업체 선정방식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의견차이를 좁히느라 지난 4월에 올라온 안건은 8월 말이나 돼서야 결론이 났다. 회의도 입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둔다.
아파트 주민들 뿐 아니라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비원, 미화원 등과의 상생도 강조한다. 특히 이들과의 계약에서 함께 행복하자는 의미를 담은 ‘동행계약서’를 사용함으로써 ‘갑을관계’라는 말 자체를 인식에서 삭제했다.
장 회장은 “아파트 경비원이 분신자살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성북구의 동행프로젝트에 동참하기로 했다. 주민들에게 경비원분들도 아파트 가족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코빌 입대위가 최초로 만든 동행계약서는 성북구에서 다른 아파트들에도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장 회장은 맑은 아파트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주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주민은 아파트 운영에 적극 참여하지도 않으면서도 비리 운운하지만 제대로 된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선 동참해야 한다”며 “지켜보는 이들이 없다면 결국 아파트 운영도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