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으면 겨우 3.3㎡ 정도 살 수 있겠네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3.3㎡당 3000~4000만원을 호가한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이 한 말이다. 평생 죽도록 일해 돈을 모아도 내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자조 섞인 말이였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1200만원에 달한다. 서민에겐 결코 만만한 돈이 아니다. 현행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한인 70%를 적용해 3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집을 산다고 하면 한 달 이자만 100여 만원(금리 3.5% 가정)에 이른다.
집값이 부담돼 전세로 눈을 돌려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0.9%였고 성북구는 서울 자치구 최초로 80%를 넘어섰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를 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전세가격은 끝 모를 듯 오르고 있지만 그나마 구하면 다행이다. 현장에서 만난 공인중개소들은 “아파트 전세가 씨가 말랐다”고 입을 모은다.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에는 전세가 거의 없고 물량에 여유가 있는 입주 전 신축 아파트에 그나마 조금 있다”며 “신축 아파트 전세가율도 보통 80%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2일 주거안정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선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란 지적이 많다.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재건축 과정에서 집값이 오르고, 이주수요가 전월세 가격상승을 촉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민 주거안정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달에 50~60만원 하는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임대료도 가계소득이 제자리걸음인 서민이나 중산층에겐 결코 저렴한 월셋집이 아니다. 민관합동 리모델링 임대사업은 집주인에게 수익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월세를 알아보고 있는 입사 1년차 한 지인은 “30㎡ 남짓한 방에도 월세 50~60만원은 달라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냐. 집값이 미친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서민·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