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서울 강남구 수서지점 매각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그동안 서울시와 매각 일정을 논의해왔으나 강남구청이 제동을 걸어서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서울 강남구 수서지점 매각 추진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달 강남구로부터 “수서지점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지 말아달라”는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문엔 ‘강남구와 주민들이 KT 수서지점 부지에 임대주택 건립을 적극 반대하므로 임대주택이 건립되지 않게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서·세곡동 주변에는 이미 1만6218가구의 임대주택이 있고 앞으로 KTX 수서역세권 개발사업에서 행복주택을 약 2800여가구 건립할 예정으로 이미 임대주택이 포화상태라는 게 강남구의 설명이다. ‘임대주택을 건립하면 인근 신동아아파트 등 주민들의 집단민원 발생 우려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시내 자치구 가운데 가구수 대비 임대주택 비율(올 8월 기준)이 높은 곳은 △강서구 △노원구 △강북구 △중구 △마포구 등의 순이다. 강남구는 6.9%로 7번째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가구수만 놓고 보면 전체 자치구에서 3번째로 많다”며 “더이상 구내에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수서역 주변은 이미 3년 뒤 행복주택 28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라며 “인근 KT수서지점까지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강남구는 더더욱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민간기업 압박이란 시각에 대해선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한 것일 뿐 압박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KT수서지점 부지는 서울시가 민간투자자금을 활용, ‘서울리츠’ 방식으로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용 임대주택을 짓기 위해 선정한 대상지 중 한 곳이다. 계획상 4972㎡ 규모의 부지에는 모두 374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7월 관련 사업 발표 이전부터 KT 측과 협의해서 결정한 대상지”라며 “시행자인 SH공사가 직접 부지매입을 위한 세부안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강남구가 공식 반대하고 나서면서 사업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KT 관계자는 “강남구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어떻게 할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화국 부지를 활용해 아파트, 호텔 등의 수익 극대화를 꾀하는 KT는 수서지점의 경우 개발 수익성이 낮아 부지매각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아닌 다른 사업자에게 부지를 매각하는 방법도 있지만 공개매각의 경우 의도적으로 서울시를 배제하기도 어렵다.
‘서울리츠’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내 KT수서지점 부지매입이 목표였는데 지금 분위기면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남구의 반대의사가 다른 자치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리츠’는 신혼부부 등이 대상으로 통상 생각하는 임대주택에 대한 낙인효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이번 강남구의 제동으로 다른 자치구에서도 부정적 인식이 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