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전셋값'에 밀린 서민들…올해도 '이주 도미노' 확대

진경진 기자
2016.01.12 05:41

주택 매매값 낮을 수록 전세값과 차이 없어…'깡통전세'주의보

#결혼 1년차 직장인 A씨는 은평구 갈현동 55㎡(이하 전용면적) 규모 연립주택에서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 50만원을 내며 살고 있다. 최근 월세로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인근에 전셋집을 구하기로 했지만 소개받는 물건들이 탐탁치가 않았다. 43㎡ 규모 연립주택 전세보증금은 1억4000만원인데 집주인이 받은 주택담보대출이 8000만원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매매 시세는 1억5000만원이었다.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의 합이 매매 시세를 뛰어넘는, 이른바 '깡통전세'였던 것.다른 주택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지만 공인중개사는 "일대 연립 주택은 모두 비슷하다"고 답했다.

최근 서울 주택 매매 가격의 오름세가 주춤하고 있는 반면 전셋값 상승세는 신기록을 경신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곧 다가올 봄 이사철에다 강남발 대규모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예고돼 있는 만큼 저소득 서민층의 경우 '깡통전세'를 피할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깡통 전세를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보증금을 최소한으로 한 반전세를 선택하는게 낫다고 조언한다.

1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값은 전년 보다 5600만원 올랐다. 반면 평균 매매가격은 3192만원 상승했다. 매매값도 적지 않게 올랐지만 전셋값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2%를 기록했는데 특히 성북구(82.6%)와 강서구(80.1%), 동작구(79.6%) 등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었다.

성북구 아파트의 경우 1㎡당 평균 매매가가 492만7000원인데 전셋값은 412만9000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정릉동 정릉 성원 59.9㎡는 2억5000만~2억9000만원 수준에 매매 거래가 이뤄졌는데 전세는 2억3000만~2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세가 매매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 물건이 있다는 것이다.

강서구 하월곡동 동신아파트 59.88㎡는 2억9000만~3억800만원에 매매 거래됐는데 전세 보증금은 2억5000만~2억8000만원 수준이었다.

높은 아파트 전세 보증금에 부담을 느낀 세입자들은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저렴한 연립·다세대 주택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집값의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집값 하락 속도가 빨라 세입자들의 위험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은평구 대조동의 M빌라는 31.8㎡가 1억9400만원 실거래가 이뤄졌지만 전세는 1억8000만원에, Y빌리지는 30.8㎡가 2억1000~2억1500만원에 매매됐는데 전세는 1억9000만원 수준으로 거래됐다. 이들 모두 전세가율이 90%를 넘는다. 만약 집주인이 대출까지 받았다면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의 합이 100%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집값 하락세가 계속돼 집주인의 대출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다. 이 때 1~2차례 유찰되면 주택 가격은 20~40%까지 떨어지게 된다.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수도권 연립·다세대주택의 낙찰가율은 77.5%로 전달(80.8%)보다 하락했다. 여기에 대출금이 많은 물건일수록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돌려받기 힘들어진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하는 저소득 서민층의 경우 깡통주택으로 눈을 돌리는데 어쩔 수 없다면 꼼꼼하게 따져야한다"며 "만약 임차하려는 주택의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집값의 80%가 넘을 경우 보증금을 최소한으로 한 반전세가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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