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분양실적 호조로 반짝 좋아진 거죠. 사실상 '연명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국내 대형 건설사의 한 임원과 최근 가진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올해 예상 실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국내 건설시장은 2014년 회복되기 시작해 지난해 역대 최고 수주액을 기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건설수주는 역대 최고치인 2007년의 127.9조원을 상회했고 올해도 123조원 가량을 기록하며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문제는 국내 건설수주 호조세가 대부분 주택수주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의 경우 주택수주 중에서도 공공주택수주는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민간주택 수주가 호조세를 견인했다.
건설경기는 주택수급과 정책기조의 변화, 금리인상 등의 요인에 의해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의 미분양주택 증가세가 눈에 띈다. 작년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4만9724가구) 대비 1만1788가구(23.7%) 증가한 6만1512가구로 조사됐다.
과거 부동산시장이 침체였던 2009년의 16만5000여가구, 2010년 8만9000여가구에 비하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강화,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분양시장 분위기가 점차 식어가면서 미분양 적체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 건설시장은 분양실적과 가장 밀접하게 연동된다.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는 전월보다 13.2p 하락한 73.5로 집계됐다. 3개월 연속 하락세며, 14개월 내 최저 수준이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분양시장의 분위기를 타고 업체마다 공급물량을 조기에 털어내려고 하지만 과도한 욕심은 금물이라고 지적한다. 미분양 물량이 다시 급증한다면 건설업체들의 존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다.
건설은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육박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크다. 미분양 증가는 건설사에 자금 압박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건설업계 전반에 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대형사들은 해외 수주 외형 경쟁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건설사 간 출혈 경쟁을 피해 ‘저가 입찰’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의 경우 수주의 전제 조건으로 투자 및 금융 조달, 기술 이전 등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기업이 직접 사업개발, 지분투자, 제품구매 등 사업 모든과정에 참여하는 '투자개발형사업'으로의 진출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토목, 플랜트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게 절실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몇년간 일시적 회복세를 보인 주택시장의 반짝 호황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주택사업의 빠른 추진과 침체기 이후 리스크를 사전에 대비하는 등 위기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