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에 초고층 복합건물 3개 동을 짓는 엘시티(LCT)사업은 인허가를 비롯한 사업자금의 대출과 보증 등이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엘시티사업 추진 당시 해운대지역은 '난개발'에 대한 반대 여론이 워낙 강해 초고층사업은 그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엘시티 시행사인 청안건설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66·구속)이 움직이면서 수 많은 걸림돌이 하나씩 사라져 갔다.
사업자 선정 과정부터 의문이 시작된다. 부산도시공사는 2007년 '해운대관광리조트'란 명목으로 민간 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당시 3개 컨소시엄이 신청서를 냈는데 이 회장의 '트리플스퀘어 컨소시엄(현 엘시티)'만 100층 이상 랜드마크 빌딩 건설계획을 써내 당선된다.
주거시설 없이 일반 상업용 시설만으로 100층 이상의 랜드마크 건물을 짓겠다는 발상을 이 회장 측만 했다는 것인데, 주거시설을 허용하는 쪽으로 사전에 협의하고 형식적 공모절차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업지가 있는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건물 높이를 60m로 묶어둔 해안경관개선지침도 엘시티 앞에선 무용지물이 됐다. 이 결정은 2009년 12월 부산시 도시개발계획심의위원회에서 30분만에 결정됐다. 이후 환경영향평가는 아예 이뤄지지 않았고 교통영향평가도 단 한 번 개최해 심의를 통과한다.
2013년 법무부가 해운대 관광리조트를 부동산 투자 이민제 적용지역으로 신규지정 한 사실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투자 이민제란 법무부가 외국 자본 유치를 명분으로 7억원 이상 투자한 외국인에게 거주 자격이나 영주권을 주도록 한 제도.
투자 이민제가 적용된 지역은 전국적으로 엘시티를 포함해 제주도와 강원도 평창, 인천 영종지구 등 7곳 뿐 인데 이 가운데 엘시티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은 모두 공공 개발적 성격이 강한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했다.
대출과 보증과정도 의문 투성이다. 이 회장은 1990년대 불거졌던 '부산 다대·만덕지구 특혜'사건으로 개인과 법인 정산 채무 1820억원을 떠안았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비 2조7000억원 규모의 엘시티 사업에 뛰어든 것인데 초기자금인 땅값과 설계비용 등 3500억원은 군인공제회 대출을 통해 해결했다.
이후 부산은행 등이 참여한 16개 금융사와 총 1조78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한도 약정(기간 2020년3월)을 맺으면서 사업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군인공제회가 대출한 3500억원은 부산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상환하는 과정을 밟는다. 특혜대출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용불량 상태인 이 회장에게 수조원의 분양보증을 해 준 것도 논란 거리다. HUG는 이 회장이 2014년 서울 독산동 L아파트 사업을 추진할 당시 1조1000억원의 분양보증을 해 줬고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업에도 1조9000억원을 추가로 보증해줬다.
HUG 측은 "엘시티사업 보증심사 때 이영복 회장이 이미 주식을 다른 회사로 양도해 경영실권자가 이 회장임을 명백히 입증할 수 없었다"며 "현행법상 단순 의혹만으로 분양보증서 발급을 거절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