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단지. 1970년대 지어진 탓에 벽에 금이 간 곳도 있다. 하지만 ‘올 수리(전부 수리) 전세 매물 구함’ 글귀가 인근 중개업소에 계속 나붙는다.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조합이 초고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하지만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이라며 세입자를 찾는다. 이 아파트는 수도관이 오래돼 녹물마저 나온다. 하지만 학군 수요가 많은 곳이라서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다.
강남지역에선 일부 집주인이 ‘어린 아이가 있는 세입자’ 입주를 기피하는 사례도 있다. 일부 임대인은 집을 수리한 다음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이곳도 재건축설이 나도는 40년쯤 된 낡은 단지다. 그러나 거액을 들여서라도 전세를 얻으려는 이가 끊임없이 몰려든다.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다.
서울시의 층수 제한(주거지역 기준 35층)에도 재건축 아파트를 더 높이 짓겠다는 단지도 강남에만 있다. 초고층 재건축이 대박을 내려면 학군 등 주변 여건이 탁월해야 한다. 이런 곳은 강남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면 이들 강남 아파트와 비슷한 시기에 지은 서울 동대문구 단지는 사정이 다르다. 이 지역 한 재건축조합장은 ‘공사비도 안 나와서’ 30층 이상 건축이 어렵다고 한탄한다. 입주 당시는 이곳의 위상도 지금의 강남 못잖았다. 1970년대 본격화한 강남 개발 이후 격차가 벌어졌다. 조합장은 학군 등 지역 여건이 열악해 분양가를 높게 잡기 어려우니 수익성도 걱정된다고 말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각지의 특색을 살리고 경쟁력도 높이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강남과 강북의 현실을 보더라도 아직 문제가 많다.
세입자들이 여전히 낡은 강남 집을 찾아 몰려드는 이유는 뻔하다. 강남의 학군과 편의시설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비강남만의 브랜드를 개발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안 그러면 사람들은 계속 강남에만 몰릴 것이다. 강남의 다른 이름은 ‘집값 상승의 주범’ ‘투기의 온상’ 아닌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