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수도권 주변지역 위주로 공급했는데, 정작 도심에 수요가 많았다. '미스매치'가 났다. 공급 부족 지적에 반성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취임 50여일 만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반성'이란 단어를 썼다. 김현미 전 장관 시절부터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던 국토부였다. 하지만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자 결국 수요억제 대신 공급 확대로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잡기에 실패했다. 많은 이들이 '공급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공급만 문제는 아니었다. 넘쳐나는 유동성도 집값을 올린 주요인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단지 유동성은 코로나19 팬더믹(대유행)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며칠전 '어쩔 수 없었던 유동성의 문제'를 다룬 기획기사를 썼다. ([MT리포트]잡지못한 집값, 저금리는 죄없나 참조) 평소 연락이 뜸했던 많은 취재원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만나는 취재원들마다 그 기획기사 이야기를 했다. 어떤 이는 "이런 기사는 처음 봤다"고 했고 어떤 이는 "이런 부분도 더 써보라"고 했다.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아무도 꺼내지 않았던 '유동성'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럼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지 말았어야 한다는 얘기냐. 물론 아니다. 금리를 낮춰야 했지만 금리인하로 풀린 돈이 자산시장이 아니라 경기를 살리는 곳으로 흘러가도록 얼마나 관리했는지를 묻는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지난해 경제가 선방한 나라다. 하지만 선방한 경기의 이면엔 '빚더미 가계'가 있다. 작년 우리나라 부채 증가율은 정부와 가계를 포함해 10.8% 늘었다. 전세계 4위다. 이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율은 6.6%로 주요국 중 단연 1위였다.
공급 부족 문제를 실토한 국토부와 달리,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이나 금융당국은 반성이 없다. 특히 유동성을 푼 한은은 집값 급등이나 가계부채 급증에 '고상한' 경고만 하고 있다. 집값이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물가'인데도 스스로를 집값 관리의 주체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정할 때 참고하는 CPI(소비자물가지수)에 집값은 들어가지 않는다.
유동성을 풀고 "각자도생하라"며 통화당국이 팔짱끼고 있는 사이 자산양극화 문제는 더 심해졌다. 당첨만 되면 10억원을 번다는 로또 분양 아파트는 현금 부자들만의 잔치다. 월급을 받아 수도권에 집 한채를 사려면 11년 걸리지만 수천만원씩 손쉽게 빌릴 수 있는 사람들은 지방의 저가 아파트에 갭투자한다. 갭투자자들의 집에 전세를 살고 있는 세입자는 은행이 쉽게 빌려주는 전세대출로 결과적으로 갭투자를 돕는다.
집값이 급등한 이유가 한가지는 아닐 것이다. 공급 부족과 과잉 유동성이 각각 얼마씩 책임이 있는지도 구별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공급문제는 '욕'도 많이 먹었고 반성도 있었다. 정책도 선회했다. 하지만 중앙은행발 자산인플레에 대해 누구도 반성이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충격이 앞으로 오지 말란 법이 없다. 같은 불행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진지한 질문이 필요하다. 유동성은 집값에 무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