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숲은 구시대적 발상…'주택+α' 목소리 커졌다

방윤영 기자
2022.04.06 06:10

[MT리포트] 88년된 용도지역 수술대 오른다②

[편집자주] 모든 땅에는 '용도'가 정해져 있다. 주택을 건축할 수 있는 땅, 상업용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따로 있다. 두가지 이상의 용도를 함께 갖고 있는 땅은 없다. '용도지역제' 때문이다. 필요한 규제지만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제도가 지금 시대에 맞느냐는 논란이 이어져 왔다. 대선 기간에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는 아예 전면 개편을 공식화했다. 수술대 오른 '용도지역제' 어떻게 바꿔야 할까.

"아파트 단지 근처에 학업공간도 필요하고, 화상회의할 수 있는 오피스 공간, 상업시설도 필요하잖아요. 이제는 주택을 하나의 도시로 봐야 합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유연한 도시계획이 가능해야 합니다."(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아파트 숲을 연상하게 하는 주택 밀집 지역의 모습은 이제는 구시대적인 도시계획이 됐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은 주거뿐 아니라 업무공간부터 관광,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이 조성되길 바란다. 하지만 현재 용도지역 제도는 주거지역에는 주거만, 상업지역에는 업무시설 등만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정한다. 시대 변화에 맞춰 도시의 모습이 변화하려면 현재 용도지역(zoning)을 뛰어넘는(beyond) 새로운 체계인 '비욘드 조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용도지역-용적률 연결고리 끊어내야"

비욘드 조닝은 현행 용도지역 체계를 개편하자는 개념일 뿐 방향성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유연한 도시계획이 가능하려면 용도지역과 밀도(용적률·건폐율)가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용도지역은 주거·상업·공업·녹지와 같이 그 땅에 쓰임새만 정하는 게 아니라 밀도도 함께 연동돼 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2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은 200%, 준주거지역은 400%, 상업지역(중심상업)은 600% 등으로 정해놓는 식이다. 이처럼 용도와 밀도가 함께 묶여 있어 탄력적인 도시계획이 어렵다는 게 남 교수의 생각이다.

남 교수는 "과거 경직된 도시계획, 용도와 밀도가 밀착된 시스템에서 앞으로는 두 개를 분리해 지역 특성에 맞게끔 유연하게 작동하도록 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역세권 주변을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 복합용도로 허용하되, 주변 특성에 맞게 용적률을 600%가 아닌 400%로 정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상업지역은 용적률이 주거지역보다 높기 때문에 최대한 층수가 높은 주상복합 타워를 지어 이익을 최대로 하려 한다. 상업지역에는 무조건 고층 건물만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용적률을 지역 특성에 맞게 정하면 상업지역이라도 키가 낮은 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 또 주거와 함께 상업시설을 함께 조성할 수 있다. 반대로 용적률이 더 필요한 곳은 더 높은 용적률을 적용해줄 수도 있다.

그는 "지금은 어디든 다 아파트로만 지을 생각을 하는데,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며 "과거 주택을 주택으로만 짓는 시대는 끝내고 주택을 하나의 도시로 보고 우리가 필요한 공간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용도지역 완전 자율화도 가능…중앙정부 권한 내려놔야"

용도지역은 대도시인 서울에는 맞지 않는 옛 도시관리 기법으로, 용도지역을 자율화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 교수는 "우리나라 용도지역제는 전국에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도시 규모별로 사정에 맞는 용도지역제가 운영돼야 한다"며 "특히 대도시인 서울에서는 용도와 밀도를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은 지하철역과 같은 주요 교통시설을 중심으로 토지이용이 집중되는데, 용도지역제는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능들이 빠르게 나타나고 사라지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보다 능동적으로 토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유연한 용도지역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이 자유롭게 용도와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으려면 지자체의 전문성과 자율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국토계획법을 통해 중앙정부에서 용도와 밀도를 정하다 보면, 서울만 고려할 수는 없고 다른 지방도시의 사정도 살필 수밖에 없다"라며 "인구 1000만 도시인 서울과 10만의 중소도시에 같은 용도지역제를 적용하면서 효율적인 도시를 만드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정부는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각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용도지역의 종류나 개발밀도의 크기를 정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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