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국민 80% '반값아파트' 산다…한국과 다른 점은

방윤영 기자
2022.04.18 16:57

[MT리포트]'반값아파트'가 온다④

[편집자주] '반값아파트'는 땅은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이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공약이지만 실제 공급은 이명박 정부 때 뿐이었다. 당시 수도권에선 미분양이 날 정도로 성과도 좋지 않았다. 올해 '반값아파트'가 다시 등장한다. 서울시가 준비해 왔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도 포함됐다. 10여년 만에 돌아온 '반값아파트', 어떤 모습이고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반값아파트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인구의 약 80%가 공공주택에 살 정도로 보급률이 높다.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은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공공이 되사는 조건) 주택 제도를 모두 실시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공급한 주택은 약 119만가구에 달하고 매년 공급량은 2만가구에 이른다.

분양 가격은 시세의 50~60%로 우리나라에서 목표로 하는 '반값아파트'와 같은 수준이지만 거주의무 기간, 전매가능 여부 등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반값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에게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는 이른바 '로또 분양'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강력한 이익환수 장치를 마련한 반면, 싱가포르는 어느 정도 이익을 보장해 중산층의 재산 증식 기회를 마련해줬다.

싱가포르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자가 5년 간 거주하면 그 이후에는 시세대로 민간 시장에 매매가 가능하다. 대신 시세차익의 최대 25%를 국가가 가져간다. 5년을 채우지 않고 매각할 때에만 HDB가 시세 대비 낮은 가격으로 사들인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의무 거주기간이 10년, 매매 시에도 무조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팔아야 한다. LH는 분양가에 정기예금 금리 수준의 이자를 더해 매입한다.

싱가포르에서 토지임대부 주택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의 핵심은 공공이 많은 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 초반부터 토지 국유화 작업을 벌여 현재 전체 토지의 81%를 국가가 소유하고 있다. 이외에 성공 사례로 꼽히는 스웨덴과 핀란드, 네덜란드 등도 국가나 시 소유의 토지를 기반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가 보유한 땅이 전체의 20% 수준으로 제한적이다. 그마저도 도로나 산지 등을 제외하면 택지로 쓸 수 있는 땅이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프랑스도 국공유지가 많지 않아 도심이 아닌 외곽에 저가 주택을 공급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능한 물량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 하더라도 숙제는 남아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 등에서도 땅값이 상승하면서 토지 임대료도 올라 예전만큼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는 추세다. 일본 역시 비싼 땅값을 입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와 국민의힘, 서울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주택정책 토론회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에 대해 "가격안정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