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하는 공사비 갈등, 악순환 고리 어떻게 끊을까

유엄식 기자, 배규민 기자, 방윤영 기자
2022.10.18 17:00

[MT리포트]끝 없는 공사비 인상, 둔촌 사태 또 나온다⑤

[편집자주] '단군 이래 최대'라는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가 185일만에 재개됐다. 공사중단이란 초유의 사태는 공사비 증액 문제에서 비롯됐다. 둔촌주공은 가까스로 사태를 수습했지만 전국 곳곳의 정비사업장에는 둔촌주공과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민간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를 목표로 하는 정부 정책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
17일 오전 재건축 공사가 재개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공사현장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던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새 단지명 '올림픽파크포레온') 사업이 약 6개월 만에 재개됐다. /사진제공=뉴스1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중단 사태가 벌어진 배경은 과거 다른 재건축 사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돈'이 문제였다. 국내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장이란 상징성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개입한 끝에 봉합됐지만, 비슷한 문제로 갈등이 촉발돼 사업이 좌초된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려면 착공 전에 본계약을 체결토록 유도하고, 공사비 사후 검증 절차도 보다 내실 있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착공 전 본계약 체결토록 제도 개선 필요...규제 강화에 대해선 의견 엇갈려

익명을 요구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증액 분쟁을 줄이려면 착공 이전에 실질적인 공사비 계약을 완료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계약 이후에는 불가피한 상황, 예를 들면 최근 원자잿값 등 물가가 급등한 국면에서 누가 봐도 공사비를 인상해야 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협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혁신설계로 변경하거나 마감재를 수시로 교체하는 일이 잦아 공사비 인상 여지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일례로 2017년 9월 시공사를 선정한 반포주공1단지 1·2·4지구도 설계 변경 위한 관리처분계획 변경 인가를 받지 못해 착공이 밀렸는데 그 사이 물가는 급등했기 때문에 공사비가 얼마나 늘어날지 (조합은) 감이 안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 부동산 개발업체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사업비 보증 만기일과 실제 사업 기간이 불일치하는 문제도 들여야 봐야 한다"며 "사업 기간과 금융 기간이 맞지 않아 시공사가 적어도 한 번 이상 보증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갈등은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조합 내부 운영이 투명하게 진행되는지 조합 구성원 사이에 신뢰도가 낮은 것도 큰 문제"라며 "둔촌주공 뿐 아니라 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합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수시로 교체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조합 집행부가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거나 운영비를 횡령하는 사건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해서 경각심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며 "미국 등 해외 사례처럼 내부 고발자에게 확실한 보상을 보장하는 방안을 준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에 대해 이해 당사자인 조합과 시공사 모두 수용할 수 있도록 검증 기준을 내실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에 재건축 갈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2020.8.6/뉴스1
적정 공사비 판정할 사전 컨설팅 제도, 갈등중재 기관 신설 등 대안 거론

조합에 전문가 사전 컨설팅을 제공해서 시공사와 협의 과정에서 정보 격차를 줄이는 방안도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 변호사는 "공사비 단가 기준과 검증 절차가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결국 조합과 시공사의 협의에 따라 결정된다"며 "이런 합의 과정은 기본적으로 민간의 영역이기 때문에 공공이 직접 규제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조합이 건설사와 시공계약을 맺을 때 협상력을 높이려면 불필요한 비용이 추가되지 않고 잘 이뤄졌는지 미리 전문가들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며 "서울시 등 지자체가 전문가 사전 컨설팅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건설사의 공사비 부풀리기에 대한 견제 장치와 갈등 중재 기관 필요성도 거론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주요 정비사업 시공사들이 설계 및 마감재 변경,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조합에 요구한 공사비 증액 규모는 총 4조6814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원의 사후 검증에 따른 적정 증액 규모는 3조4887억원으로 약 1조2000억원 차이가 났다.

김 의원은 "재개발, 재건축 사업 공사비 계약은 사인 간 거래로 국가가 강행 규정으로 다루긴 어렵지만, 한국부동산원에 '갈등중재' 권한을 부여해 조합과 시공사가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소송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박재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공사중지 등 파국을 피하기 위해 추후 소송 내지 중재를 통해 최종 확정키로 하고, 그 내용에 따라 기지급금을 반환하든 추가 공사대금을 지급하든 합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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